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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맨발의 청춘’과 산학협력

입력
2016.02.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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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된 에반 스피겔 스냅챗(모바일 메신저) 창업자는 올해 26세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교클럽인 ‘카파 시그마’에서 동업자를 만나 스냅챗 전신인 피카부를 개발한 것은 21세 때다. 마크 저커버그는 20세에 페이스북을 창업했고,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도 27세에 회사를 설립했다.

초기 SNS 유행을 일으켰던 트위터도 잭 도시가 서른 살이던 2006년 3명의 친구와 함께 만들었다. 올해 61세인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것은 스무 살 때였고, 그와 동갑내기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한 것은 스물 한 살 때였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을 창업할 때 나이는 스물 일곱이었다.

한국에서도 성공을 일군 IT 기업가들은 20대에 창업을 시작했다. 이찬진 포티스 대표가 아래아한글을 만든 것은 스물네 살 때였고,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을 창업한 때는 스물 여섯,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창업한 것은 서른 살 때다.

과거 아날로그 기술 시대는 견습공부터 시작해 수십 년 기술을 닦아야 장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또한 창업에 필요한 경험과 인맥을 갖추는 데도 10~20년 이상 걸리곤 했다. 그러나 IT 시대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상을 뒤흔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IT 기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다. 20대가 세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10대 때는 대학입시를 위한 시험 대비에 몰두해야 하고, 20대에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창업이라는 것은 성공이 주는 달콤한 유혹도 있지만, 인생 전체를 걸어야 하는 모험이기 때문에 말만큼 쉽지만은 않다. IT 창업의 특징은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은 창업자가 자신의 시간만 투입하면 가능하다. 홍보마케팅도 과거처럼 TV, 신문을 이용하지 않고도 SNS를 통해 알릴 기회가 있고, 동업자를 구하기 위한 온라인 카페도 많다.

그러나 훌륭한 아이디어가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경험이 필요하다. 20대는 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펀딩, 회계, 세무신고 등의 실무에 취약하다. 반짝 관심을 끌 순 있으나, 지속 가능한 사업화는 또 다른 일이다. 이 때문에 산학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0대의 창조적 마인드와 기업의 노하우가 만나야 서로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한 젊은 기업인들만 놓고 보면 뛰어난 아이디어는 모두 성공한 것 같지만 사실 수십, 수백 차례 실패가 있었을 것이다. 기업은 철저히 비용 대비 수익을 추구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시장조사를 해보자’ ‘예상 손익계산서를 짜 보자’는 조직의 논리 앞에 창조적 열정은 사그라지고 만다. 당장 실적 경쟁을 해야 하는 마당에 불확실한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이것을 20대의 창조적 마인드가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학협력의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부 등 산학협력 유관기관들은 매년 산학협력엑스포를 개최한다. 이런 자리의 창업페스티벌, 진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과거의 산학협력은 대학이 돈벌이를 위해 기업의 업무를 대신하는 아웃소싱 역할이 컸지만 이제는 산학협력이 스마트 창업의 장이 돼야 한다.

기업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실패에도 투자하라는 것이다. 스마트 시대는 99의 실패를 딛고 1이 성공해서 나머지 99만큼의 비용을 모두 벌충하고도 남는 시스템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당부할 것은 대기업의 안정적인 환경을 위해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꿈을 좇을 수 있다는 것은 젊음의 매력이다.

김무한 산학협동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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