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7일. 가수 조권(27)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땀을 흘렸던 시간이다. 13세란 어린 나이에 시작해 데뷔까지 무려 8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안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독기를 품었죠. 단칸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기약 없는 연습생 생활 속 설움을 속으로 삼켜왔던 소년은 2008년 7월11일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룹 2AM으로 데뷔하던 날이다. “열네 살 때부터 집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조권은 데뷔 2년 뒤 부모님과 단칸방에서 벗어났다.
15일 미니 앨범 ‘횡단보도’를 낸 조권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걸그룹 멤버 못지않은 요염한 표정과 골반을 흔드는 춤으로 ‘깝권’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의외로 진중했다. 비호감을 사기도 한 ‘깝권’이란 예능 프로그램 속 캐릭터에 대해 그는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모습도 자연스러운 내 일부”라며 “만들어진 모습이었다면 쉽게 포기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조권이 들려준 연예 활동의 지론은 “욕을 먹어도 잘하면 돌아오는 건 칭찬”이다. 진심 어린 노력이 비호감을 이긴다는 믿음이다.
데뷔 9년째에 접어든 그는 아이돌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었다. 조권은 직접 가사를 쓴 ‘횡단보도’에 대해 “지난해 겪은 이별과 현재 진행중인 짝사랑의 불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모태 솔로’를 자처해오던 그의 입에서 사랑 얘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조권은 “신인도 아니고 이제 ‘모태솔로’란 말 하면 욕 먹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솔직함에 끌려 JYP의 수장인 박진영은 조권이 쓴 노래를 앨범 타이틀곡으로 택했다. 이효리와 샤이니 등의 곡을 쓴 유명 작곡가 라이언 전이 만든 ‘괜찮아요’ 등을 타이틀곡으로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다. 조권이 솔로 앨범을 내기는 2012년 6월 ‘아임 다 원’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월 임슬옹, 이창민, 정진운 등 2AM 세 멤버가 JYP와 전속 계약 만료로 다른 소속사로 뿔뿔이 흩어진 뒤 내는 첫 솔로 앨범이기도 해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성공에 대한)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는 걱정도 털어놨다.
조권은 힘들 때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쓴 ‘마법의 순간’을 꺼내 마음을 다잡는다. ‘매번 일을 똑같이 하면서 결과가 다르기를 기대할 수 없다. 오늘 하루가 어제와 별다를 게 없다면 당신은 잘못 사는 게 분명하다’ 는 게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그런 조권에 금기란 없다. 아이돌로 누린 안주를 박차고 굽이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코르셋을 걸친 채 무대(뮤지컬 ‘프리실라’)에 올라 춤을 춘 이유다. 조권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중 하나는 매번 파격적인 무대를 연출하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합동무대”를 꾸리는 일이다. 이번엔 익숙한 발라드곡을 들고 나왔지만 다음에는 “파격적인 비주얼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려줬다. “편견을 깨야죠. 낯설더라도 똑같은 건 재미없잖아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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