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여전히 납품업체에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5일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 292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애로 실태 조사 결과 제품군별 마진율이 최고 55.0%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물류비, 유통벤더수수료, 판매장려금, 판촉비 등을 고려할 때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의 부담이 백화점보다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화점은 이달 초 조사에서 최고 수수료율이 39%였다. 대형마트의 최고마진율은 이마트 45.5%, 롯데마트 50.0%, 홈플러스 54.5%, 하나로마트 55.0%에 이르렀다. 특히 이마트는 납품업체에 별도의 물류비 분담율을 5% 이상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판촉비, 판매장려금까지 포함하면 납품업체들은 통상 제품가격의 50% 이상을 대형마트에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가 이런 수수료를 주고도 이익을 남기려면 소비자 가격을 엄청나게 높이거나, 아예 납품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과도한 판매 수수료가 납품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한편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주범인 셈이다. 2014년 말에도 판촉행사 비용을 일방적으로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부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는 등 유통업계의 불공정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이 해외시장에서는 연전연패하면서 국내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리는 ‘우물안 개구리식’ 사업 행태를 지속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대형마트의 불공정관행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등에도 이런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납품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구조 때문이다. 납품업체로서는 어차피 납품을 못하게 되면 매출 손실을 각오해야 하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형유통업체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대형 유통업계의 이런 ‘갑질’을 뿌리뽑지 않고서는 납품업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보호는 구두선일 뿐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여러 차례 적발됐으나 근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불공정행위로 얻는 이익에 비하면 처벌은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을 관계의 불공정거래가 은밀하게 이루어져 ‘을’의 폭로 없이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당국은 이번 조사에 응한 업체들이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했듯, 표준계약서 보급확대, 불공정 신고센터 상설운영,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에 대해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 당장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일단 적발된 업체는 최대한 엄하게 처벌해 대형유통업체의 갑질 횡포에 강력한 경고를 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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