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콜레스테롤 많은 달걀 새우 커피 등 ‘면죄부’ 받나?

입력
2016.02.15 20:32
0 0
이상지질혈증에 의한 죽상동맥경화로 혈관 내강이 좁아진 모식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제공
이상지질혈증에 의한 죽상동맥경화로 혈관 내강이 좁아진 모식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제공

달걀노른자를 비롯해 새우, 조개, 오징어, 참치, 알탕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의 주범이라는 멍에를 벗게 됐다. 미국 연방자문기구인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가 최근 이들 음식을 먹어도 심장병과 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의들은 적잖은 견해차를 드러냈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참치나 새우 등 해산물은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몸에 해로운 LDL콜레스테롤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므로 조금 많이 먹어도 된다“고 했다. 반면 오동주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매일 콜레스테롤이 쌓인 혈관을 직접 보면서 심장혈관 시술을 하는 임상의사의 입장에서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반인이 자칫 콜레스테롤이 위험하지 않다고 현혹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달걀노른자. 게티이미지뱅크
달걀노른자. 게티이미지뱅크

“콜레스테롤 많은 음식 삼갈 필요 없어”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나쁜’ 것도 있지만 ‘좋은’ 것도 있다. 콜레스테롤 가운데 단백질 함량이 많은 HDL콜레스테롤은 혈액 속에 쓰고 남은 LDL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한다. 즉, HDL콜레스테롤은 혈관을 손상하는 LDL콜레스테롤을 없애주는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른다. HDL콜레스테롤이 많을수록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져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반면 ‘나쁜’ LDL콜레스테롤은 간이나 소장에서 생성되거나(70~80%) 음식을 통해 흡수된(20~30%) 콜레스테롤을 인체 조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입자가 작아 혈관 벽에 쉽게 달라붙는다. ‘혈관 청소부’인 HDL콜레스테롤이 적거나 LDL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쌓여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등 만성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뇌졸중, 혈관성 치매 등과 같은 뇌혈관계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핏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고 알고 있다. 이런 인식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은 전체의 30~50%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배출된다.

더구나 전 인구의 70%가량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도 핏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다른 이들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으면 문제되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보통 사람은 매일 달걀 1개,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은 1주일에 2개를 먹어도 핏속 콜레스테롤 수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라 미 연방자문기구인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가 콜레스테롤을 하루 300㎎ 이하로 섭취하라는 권고 규정을 없애면서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물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다.

다카다 아키카즈 일본 하마마쓰의대 명예교수는 11년 동안 오사카 주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220㎎/㎗를 넘어도 사망률에는 영향이 없었고 남성은 280㎎/㎗를 넘지 않는 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았다고 밝혔다. 1980년대 후쿠이 주민 3만7,000여 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에서도 남성과 여성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그동안 로스팅한 원두 커피에는 지방 성분이 13%나 함유돼 많이 마시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커피도 적절히 마시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하루 두 잔 이내로 마시는 게 좋다.

새우. 게티이미지뱅크
새우. 게티이미지뱅크

포화ㆍ트랜스지방이 더 문제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에 따르면 동맥경화와 ‘나쁜’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콜레스테롤 섭취보다 육류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이나 튀긴 음식에 많이 든 트랜스지방이 더 영향을 끼친다. 이런 지방을 섭취하면 대부분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흡수돼 LDL콜레스테롤로 바뀌기 때문이다.

LDL콜레스테롤이 많은 육류보다 불포화지방이 많은 고등어나 꽁치, 삼치 등 등 푸른 생선을 먹는 게 좋다.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도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이 있다면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되도록 삼가야 한다. 콜레스테롤을 과다 섭취하면 이들 질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운동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도움 되지 않는다. 다만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다른 대사질환 가능성이 높아 이런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운동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계단 오르내리기, 산책 등으로 매일 2,000보 걷는 유산소 운동은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데 도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콜레스테롤 수치 기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