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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6] 있어빌리티 ① 나를 포장하는 '그럴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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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6] 있어빌리티 ① 나를 포장하는 '그럴싸함'

입력
2016.02.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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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는 가성비, 취향저격에 이어 스포츠와 연예, 경제계의 흐름을 아우르는 세 번째 키워드로 '있어빌리티'를 선정했다. 있어빌리티는 '있다'와 능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 '어빌리티(ability)'를 결합한 신조어로, 있어보이게 하는 능력쯤으로 해석된다. '있어 보이게 하는'을 강조하면 있는 '척'이 되지만, '능력'에 방점을 찍으면 포장력이자 연출력이 되고 자신을 브랜딩하는 하나의 기술이 되기도 한다. <편집자주>

[키워드로 보는 2016] 있어빌리티 ① 나를 포장하는 '그럴싸함'

▲ 캠핑 시장이 '힐링'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과시와 허세의 장이 되고 있다. 성숙한 캠핑 문화는 뒷전이고 장비 산업만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 40대 직장인 A씨는 캠핑마니아다. 매주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캠핑을 떠난다. 하지만 요즘은 캠핑을 가도 맘놓고 여유를 즐길 수가 없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는 20만원대의 저렴한 텐트를 구입했었지만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캠퍼들의 장비가 눈에 들어오면서 좀 더 유명한 브랜드, 비싼 브랜드의 캠핑 장비를 찾기 시작했다. A씨는 "장비가 캠퍼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 같아 소위 말하는 명품 장비를 살 수밖에 없다"며 "장비 구입비만 1,000만원이 넘게 들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구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A씨처럼 남에게 있어 보이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꾸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며 자신을 있어 보이게 꾸미고 포장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있어빌리티'를 통해 무엇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일까. 크게 돈과 인맥, 센스로 나눌 수 있다.

■ 돈: 전문 아이템에 집중

가장 있어보이고 싶은 대상은 역시 재력이다. 소비를 통해 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경향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최근 SNS 세대에서 보이는 있어빌리티의 특징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전문 아이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자전거를 타는 유저들의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검색을 통해 연출된 '있어 보이는 전문가'가 그럴듯하게 포장된 경우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A씨의 사례처럼 비단 캠핑뿐만이 아니라 초보 단계의 취미 활동에 고가의 브랜드 장비를 구비하는 이른바 '명품 장비병'에 걸린 소비자들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동네 뒷산에 오를 때도 값비싼 등산복을 갖춰입고 취미로 배우는 사진 촬영을 위해 전문가용 카메라를 몇 대씩 구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명품 장비를 고수하는 소비자들은 대개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초보라서 무시를 당할 수 있다는 소심한 걱정을 포장하기 위해 명품 장비를 사들인다. 남들에게만큼은 있어 보이고 싶은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더라도 '있어보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쇼핑몰 모델을 명품 가방과 소품들로 무장시킨 후 세련된 감각의 소품들로 패션화보같은 사진을 연출한다. 소비자들은 주변에 세팅된 명품효과로 쇼핑몰의 아이템도 그와 같은 퀄리티일 것이라는 착시에 빠져 구매를 결정한다.

자전거 마니아들의 경우도 허세 소비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수백만원에서 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자전거를 타는 유저들의 커뮤니티가 활발한데, 이렇게 비싼 자전거들을 두루 꿰고 있는 전문가들은 각 브랜드의 특징과 사용법을 훤히 알고 있어 동호회원들에게 추앙받는다. 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온라인 세상에서 이렇게 대단한 전문가들이 실제로는 소유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검색을 통해 연출된 '있어 보이는 전문가'가 그럴듯하게 포장된 경우다.

■ 센스: 세련된 감각을 효과적으로 포장하기

▲ SNS상의 이미지는 결국 프레임이다. 주변 것들을 편집하는 능력이 '있어빌리티'의 핵심이다. (사진=촘푸 바리톤 페이스북)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 두 번째 유형은 센스를 연출하는 것이다. SNS상에서 추종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세련된 감각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있어빌리티 세대들이 있어 보이고 싶은 것은 단순히 돈에 지나지 않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주관적인 센스, 취향이 바로 선망의 대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들이다. 신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소유함으로써 희소성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대중들에게 퍼지지 않은 제품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발 빠른 정보력과 기동력은 있어 보이기 위한 조건이 된다.

이들이 센스를 과시하는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언박싱(unboxing)이다. 박스의 포장을 뜯는다는 의미의 언박싱은 말 그대로 새 제품을 처음으로 개봉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디테일 덕분에 자신이 해당 제품을 개봉하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낀다.

자신만의 독특한 센스와 감각을 자랑하기에 '오타쿠' 문화만 한 것이 없다. 특별한 개성의 발현으로 여겨지면서 '덕후'들이 빛을 보게 됐다. 음악계에서는 '부심 논쟁'이 한창이다. '-부심'은 '자부심'에서 '자'를 생략한 단어로 자부심의 대상이 되는 명사 뒤에 붙여 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인디 가수들을 지지하며 열심히 알리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만의 주관적인 센스를 과시하며 고유의 개성을 내보이는데 애쓰고 있다.

■ 인맥: 허세 라이프의 장, SNS

▲ SNS상의 이미지는 결국 프레임이다. 주변 것들을 편집하는 능력이 '있어빌리티'의 핵심이다. (사진=촘푸 바리톤 페이스북)

SNS는 자기과시의 경연장이라 불린다. 팔로워 수가 권력이 된지는 오래고, 독보적인 팔로워 수는 SNS 상에서 추앙받는 '헤비 유저들'을 탄생케했다. 이들은 유명인과 함께 어울린 사진과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업로드하며 고급 인맥을 과시한다. 있어 보이는 물품이나 취향은 모방이 가능하지만 인맥만큼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사용자가 프로필에 입력한 출신 학교, 지역, 직장 등으로 인맥 지도를 만든다. 유명인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친구 수와 팔로워 숫자도 인맥의 파워를 과시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아예 인맥 관리를 위해 고안된 SNS도 생겨났다. 링크드인(Linked-In)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벗어나 프로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 중이다. 이용자는 고학력·고소득의 엘리트로 추정되는 전문가 집단으로 추정된다. 이를 잘 활용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자신이 알고 싶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어 인맥의 확장과 관리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직접적인 접촉 없이 간접경험으로 인맥의 아우라를 느껴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기 연예인이 다닌다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이를 SNS에 올려 느끼는 묘한 만족감도 일종의 있어 보이는 허세다. 이렇게 남의 유명세와 인지도를 빌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없거나 빈약하기 때문에 이를 있어 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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