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해 파면, 구속,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신념을 지킨 주기철(1897~1944)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일사각오(一死覺悟)’가 3월 17일 개봉한다. 한국 교회사에서 ‘순교자’, ‘믿음의 선배’ 등으로 존경 받았던 주 목사의 일생은 지난해 KBS 다큐로 제작 방영됐으며 영화는 KBS가 제작, 파이오니아21이 배급을 맡았다.
감독으로 나선 권혁만 KBS PD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어령 선생이 악마의 제국이라고 까지 묘사한 참혹했던 일제 강점기에 총칼을 가진 상대의 거대한 폭력 앞에서 주 목사가 지킨 신념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남 웅천에서 태어난 주 목사는 평안북도 정주 오산학교, 평양 장로회신학교를 거쳐 1926년 부산 초량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으며 경남성경학원 설립자, 마산 문창교회 위임목사 등으로 한국교회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당시 사상통합을 노리며 신사참배를 강요한 일제의 폭거는 종교단체들을 하나씩 잠식했고, 조선예수교장로회마저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주 목사는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저항했고 목사직 파면, 교회 폐쇄, 구금 등으로 곤욕을 치르다 44년 감옥에서 병사했다.
권 PD는 “종교를 떠나 신사참배 저항 운동이 만족운동사에서 지니는 큰 함의에 대해 조명하는데 공을 들였다”며 “일제가 전쟁을 성스러운 전쟁으로 포장하고 정당화하는데 이용한 참배를 7년 여간 거부함으로써 일제는 조선 젊은이들의 사상개조를 의심하며 전쟁에 동원하는데 불안감을 느꼈고 41년 태평양전쟁에 이르러서까지 징집제가 연기됐다는 증언 등도 담겼다”고 했다. 115분의 런닝타임 중 앞서 방송으로 공개된 부분은 20~30여분 가량이다.
윤기영 주기철목사기념사업회 이사는 “귀한 영화를 통해 주 목사님의 순수한 순종, 신앙의 길을 다시 한번 우리 삶의 지표로 되새기는 계기가 마련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물질과 자본만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큰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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