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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남북경협”이라더니… 정부가 국제사회 속인 셈

입력
2016.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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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등 우리 측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완전히 철수 한지 나흘째인 14일 오전 파주 도라산 CIQ의 전광판이 꺼져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독자 제공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등 우리 측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완전히 철수 한지 나흘째인 14일 오전 파주 도라산 CIQ의 전광판이 꺼져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독자 제공

정부가 14일 개성공단 임금이 핵ㆍ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개성공단 중단의 명분을 강변하려다 자승자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정부는 그 동안 핵ㆍ미사일 개발에 기여하는 대량 현금 제공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면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를 속인 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도 뚜렷하지 않은 얘기를 내놓았다가 정부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및 기타 비용은 달러 형태로 북한 당국에 지급되는 반면, 북한 당국은 근로자들에게 북한 원화나 생필품 구입을 위한 물표 형태로 나눠준다. 우리 쪽에서 넘어간 ‘달러’의 70%는 북한 정권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서기실 산하 39호실로 넘어가 핵 미사일 개발, 치적 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성공단 임금이 핵 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것이 통일부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대부분의 외화를 당 서기실에서 일괄 관리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지급된 외화가 당 서기실로 가는 게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2006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을 겪은 후 당 서기실에서 외화를 일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도 이곳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당 서기실은 이렇게 모인 외화를 무기개발뿐만 아니라 치적 사업, 주민생활 향상 사업 등 외화가 필요한 다양한 사업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교수는 “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간 돈이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쓰였다고 해도 맞고,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다고 해도 맞는 말이긴 하다”며 “하지만 뚜렷한 근거도 없이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북한의 자금 흐름의 특성을 무시한 매우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일부는 개성공단 자금( 당서기실( 핵개발 자금의 경로를 정확히 보여주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더 이상 추가로 내놓을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자금이 다른 여타의 외화와 마찬가지로 당 서기실로 넘어가고, 당 서기실에서 핵무기 개발 자금이 나온다는 두 가지 정황을 연결시킨 것에 불과한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개성공단 자금의 이같은 성격 때문에 개성공단 사업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반되지 않는 정상적 남북 경협이라고 국제사회에 설명해왔다. 2013년 유엔서 채택된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는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대량의 현금(bulk cash)이 북한에 제공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2일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분명한 위치가 있다”며 “그런 것들이 이해가 됐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감대 속에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홍 장관은 그러나 보름도 지나지 않아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면서 핵개발 자금 전용 의혹을 제기하며 그간의 입장을 뒤집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렇다면 정부가 유엔 제재 결의안을 위반해온 것이냐’는 질문에 입장 표명을 회피하다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마지못해 시인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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