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회사 주식 수십억원어치를 빼돌려 주식 투자로 탕진한 간 큰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7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130만주를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H제지 인사총무팀 소속 과장 이모(46)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주식보유 명세서 등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을 매도하고 그 금액을 다시 회사 측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매도금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관련 서류에 매도 주식 규모를 허위 기재하는 수법으로 내부 감사 때마다 의심을 피했다.
그러나 10년 넘게 지속된 이씨의 범행은 지난달 감사에서 결국 꼬리가 잡혔다. 회사 측은 이씨가 돈을 주기적으로 빼돌린 사실을 파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지난 5일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직책에 있었기에 회사를 감쪽같이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측은 이씨의 범행으로 61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개별 범행 시점의 주가를 적용해 편취 규모를 27억원으로 산출했다. 이씨는 빼돌린 자금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으나 모두 날려 변제 능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회사 내부 관계자가 이씨의 범행을 묵인한 정황도 포착돼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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