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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테러리즘에 관한 다섯 가지 진실

입력
2016.0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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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사로잡혀 있다. 2015년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명 중 1명, 총 인구의 약 16%가 테러 행위를 가장 중대한 국가 문제로 여기고 있다. 이는 11월 조사보다 3% 증가한 수치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측정된 46%보다 훨씬 낮긴 하지만 지난 10년간 나온 수치 중에선 가장 높다.

이러한 여론의 변화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에 특히 강한 영향을 미쳤다. 반이슬람적 표현을 유난히 독하게 하는(선동적인 게 아니라면) 도널드 트럼프의 출마에 큰 도움을 줬다. 일부 정치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공격이 보여준 것처럼 테러는 미국에게 큰 문제다. 하지만 ‘피를 흘리는 기사가 주목 받는다’라는 격언을 따르는 대선후보들과 언론 매체는 이를 침소봉대했다. 테러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미국인들은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음의 고려 사항들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테러는 연극의 한 형태다. 테러리스트들은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대중의 주목을 끄는 것과 자신들의 주장을 의제의 최우선에 두는 데 관심이 더 크다. 이슬람국가(ISIS)는 연출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송, 유포되는 야만적인 참수형은 충격과 분노를 위해 고안됐다. 참수형은 그렇게 주목을 끈다.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를 과장하고 모든 테러리스트의 행위를 머리기사로 만드는 건 그들의 손에 놀아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테러는 선진국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 아니다. 테러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자동차 사고나 담배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사실 테러는 전혀 큰 위협이 아니다. 사망자 수에 관한 한 작은 위협도 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되는 것보다 번개를 맞아 죽을 확률이 더 높다.

미국인들이 한 해 동안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될 확률은 350만분의 1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인들은 욕조(95만분의 1), 가전기구(150만분의 1), 사슴(200만분의 1), 민간 항공사(290만분의 1)와 관련한 사고들로 죽을 확률이 더 높다. 연간 6,000여명의 미국인들이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하거나 전화를 해서 사망한다. 테러로 사망하는 수보다 몇 백배가 더 많다. 불만을 가득 품고 직장과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사람들에게 공격받아 죽는 미국인에 비해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에 의해 죽는 미국인의 수는 훨씬 적다. 테러는 제3차 세계대전이 아니다.

셋째,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테러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파도처럼 일어나는 테러가 줄어드는 데는 보통 한 세대가 걸린다. 20세기 초 무정부주의 운동은 유토피아 이상을 위해 많은 국가의 원수들을 살해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신좌파’ 붉은 여단과 적군파는 국경을 가로질러 비행기를 납치했고 (평범한 시민들은 물론) 기업인들, 정치 지도자들을 납치, 살해했다.

오늘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극단주의자들은 종교적 의상을 입은 고색창연한 정치적 현상이다. 지하디스트의 많은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근본주의자들이 아니다. 세계화로 인해 정체성이 뿌리째 뽑혀진 이들이고, 순수 이슬람 칼리프 지역의 상상 속 공동체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이들이다. 그들을 격퇴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ISIS의 편협한 본성 때문에 이들의 호소력은 한정적이다. 종파간 서로 공격하느라 이슬람교도들의 마음도 끌지 못한다. 힌두교, 기독교 등 다른 종교 신자들의 마음을 끌긴 더욱 어렵다. ISIS는 다른 다국적 테러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패배할 것이다.

넷째, 테러는 주짓수(일본에서 시작해 브라질로 넘어가 자리잡은 유술)와 같다. 작은 선수가 자신보다 더 큰 선수의 힘을 이용해 이긴다. 어떤 테러 집단도 국가만큼 힘이 강하지는 않다. 테러리스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국가를 무너뜨린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국가의 시민들을 격분하게 하고 불만을 품게 만들어 자멸의 행동으로 이끈다면, 그들은 이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알카에다는 2001년 미국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ISIS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 후에 생긴 잔해더미에서 태어났다.

다섯째, 테러리스트를 물리치려면 똑똑한 힘이 필요하다. 똑똑한 힘이란 하드파워인 군사력, 경찰력을 매혹과 설득이라는 소프트파워와 결합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끈질긴 테러리스트들을 죽이거나 체포하려면 하드파워가 필요하다. 그들은 매혹이나 설득에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끈질긴 테러리스트들이 신병으로 모집하려고 하는 주변부 사람들에게 예방주사를 놓으려면 이와 동시에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

정확한 공습만큼 서사에 대한 주목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반응을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가 중요하고 필요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슬람교도들을 소외시키고 중대한 기밀사항들을 제공할 의지를 약화시키는 적대적 수사법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현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반이슬람적 태도는 심각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테러는 심각한 사안이다. 테러가 우리의 국가정보기관, 경찰, 군대 그리고 외교 기관의 업무에서 최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건 마땅하다. 테러 이슈는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이 대량 파괴 무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테러리스트들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살인자의 연기는 텅 빈 극장에서 펼쳐지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공적인 담론의 주요 단계를 차지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시민생활의 질은 떨어질 것이고 우리 삶의 우선순위도 왜곡될 것이다. 우리의 힘을 우리 자신을 공격하는 데 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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