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여당 추천위원인 이헌 부위원장이 “특조위 해체”를 요구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여당 추천위원 4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조사에 반발해 사퇴하거나 활동을 중단했다. 특조위에는 여당 추천위원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셈이다. 노골적인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부위원장은 “명분도 없이 직무를 유지하는 것은 세금도둑이나 다름 없고 직무유기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해 만든 세월호특별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의 발언은 취임 초 “여한 없는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다짐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12월 열린 진상규명 청문회에는 다른 여당 추천위원과 함께 조직적으로 불참했다. 정작 특조위의 활동에 어깃장을 놓고 진상규명을 외면해놓고는 이제 와서 직무유기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월호특별법 펨훼와 특조위 해체 주장은 할말조차 잊게 만든다.
이런 상식 밖의 주장은 특조위 출범 때부터 정부와 여당이 줄곧 써왔던 방해 활동의 일환이다. 새누리당 의원은 특조위를‘세금도둑’으로 몰아붙였고, 정부는 예산을 절반으로 깎아버렸다. 해양수산부 파견 공무원은 특조위 내부 문서를 청와대에 유출하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특조위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막아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말 공개된 정부 작성 문건에는 ‘여당 추천위원들이 청와대 조사 안건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 시 전원이 사퇴의사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여당 추천위원 전원 사퇴는 이런 일련의 시나리오에서 진행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여당의 특조위 무력화 기도는 집단사퇴로 석 달째 공석이 된 여당 몫 특조 위원들의 후임을 추천하지 않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 부위원장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재 세월호 특조위의 ‘세’자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석으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러니 참사 2주기(4월16일)와 맞물리는 4ㆍ13 총선을 앞두고 정부ㆍ여당의 책임론 제기를 우려해 사전에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않는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개조하자는 취지로 만든 특별법이고, 특조위는 이를 위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자고 설치한 특별기구다.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 특조위 활동을 지원하고 보장하는 게 당연하다. 이제라도 특조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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