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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You ain’t seen nothing yet(이제부터 뭔가를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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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You ain’t seen nothing yet(이제부터 뭔가를 보여드리죠).

입력
2016.02.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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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대통령의 ‘You ain’t seen nothing yet’이라는 말이 주간지 타임에서 제목으로 실린 적이 있다. 재선 출마차 1984년 9월 연단에 올라서자 5만 명의 지지자들은 ‘Four more years!’를 외치고 레이건은 “You ain’t seen nothing yet. You talked me into it!”이라 화답한다. 이 말은 원래 1974년 가수 랜데이 바흐만이 부른 록 음악의 제목이었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엔 재즈 가수 알 졸슨(1886-1950)이 오케스트라단을 가리키면서 “Wait a minute, wait a minute, I tell yer, you ain’t heard nothin’ yet”이라고 말하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졸슨의 말뜻은 “I will tell you, you have not heard everything yet”의 의미였고 이는 흑인 영어 버전 “You ain’t ~”어구와 재즈 때문에 더욱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직역으로는 “여러분은 아직까지 모든 것을 다 듣지는 못했습니다”이지만 실제 의미는 “이제 더 훌륭한 뭔가를 들려 드리죠”라는 뜻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것도 “지금까지 모든 것을 보여 드린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더 멋진 것을 보여 드리죠”의 뜻이 된다.

문법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외견상 이중 부정이면서 내용은 ‘부정의 강조’로 쓰이는 것은 분명 비표준 흑인 영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문장이 더 구수한 맛을 느낌을 준다. 특히 ‘ain’t’가 be 동사를 넘어 ‘have not’의 줄임형까지 됐다. 1700년대부터 쓰인 표현이라 300년이 넘는 셈이다. 오히려 알 졸슨 같은 재즈 가수가 표준어로 “You haven’t heard anything yet”이라고 노래했다면 감칠 맛이 적었을 것이다.

참고로 알 졸슨은 유대계 가수 겸 배우로 ‘The World’s Greatest Entertainer’라는 호칭을 받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연예인이었다. 한국전쟁 소식을 듣고 64세이던 그는 백악관에 직접 연락해 한국전 참전 병사들을 위문하러 가겠다고 했다. 국방부가 그럴 돈이 없다고 하자 “무슨 소리냐, 내 자비로 가서 위문하겠다”고 했다. 허가가 떨어지자 한국을 방문하며 16일 동안 42회라는 강행군을 한 뒤 귀국했는데 60이 넘은 나이에 강행군을 한 여파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그의 상가에 몰려들었고, 당시로선 엄청난 2만 명이 조문하여 사상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배경을 고려한다면 비문법적인 문장이 대통령이나 유명 가수가 사용해서 정당화된 것이 아니라 정서와 문화에서 용인되는 표현은 문법의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더 많고 그런 문장은 하나의 set phrase로서 그대로 사용되는 게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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