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 장관이 12일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부가 갖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개성공단 자금이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으로 이는 햇볕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 등 현금을 대량살상무기에 사용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고,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자료의 공개 여부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것이면 벌써 공개하지 않았겠나,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즉답을 피하며 한발 물러섰다. 홍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개성공단 전면 폐쇄 조치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왔다.
앞서 홍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를 하면서 개성공단 자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쓰였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다만 홍 장관을 비롯한 어느 정부 당국자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단지 가능성만 갖고 발언하는 게 책임 있는 태도냐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홍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논란 속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특히 홍 장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거쳐 일해온 만큼 고위급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주장에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보 당국 안팎에선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비자금 관리 기구인 노동당 39호실 계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노동당 39호실은 북한의 무역회사, 호텔, 은행을 거느리면서 외화벌이를 총지휘하는 부서로 1970년대부터 북한 최고 권력자의 통치자금 공급처로 활용돼왔다. 지난해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가 우리 측에 망명했다는 설도 제기된 만큼 홍 장관의 정보는 이와 관련돼 있을 개연성도 크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해당 자료와 관련해 “폐쇄적인 북한 사회 특성 상 자금 흐름을 뚜렷이 포착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고, 휴민트(인적 정보)나 도감청에 의한 정보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도 “홍 장관의 발언 정도로만 정보위에서 언급이 됐을 뿐 구체적인 자료를 보고 받진 못해 다음주 외통위가 열리면 직접 따져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