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13년에도 개성공단 문을 걸어 닫았지만 당시 폐쇄 조치는 재 가동을 염두에 둔 협상카드인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엔 남북이 가용할 수 있는 연락 채널까지 끊으며 더 이상 대화나 회담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보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합동훈련 전후로 북한이 추가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매우 일방적이고 기습적이었다. 우리 정부의 공단 가동중단 발표 하루 만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형식으로 시한을 40분 남겨 두고 추방이란 표현을 써가며 통보했다. 무작정 내쫓은 것이다. 2013년의 경우 통행제한 조치를 먼저 내리고 6일 뒤 김양건 당시 대남 담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해 가동 중단 조치를 내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우리 측 피해를 최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로, 김양건 후임으로 등극한 김영철 노동당 대남비서의 첫 작품이란 해석이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강경파의 선봉이 대남 총책을 맡은 만큼 군부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도 “호전성이 강한 김영철의 본색이 추가 도발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가 내달 초 키리졸브 훈련 등 한미합동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이에 반발하는 방식으로 군사적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시도해 핵 개발 고도화 능력을 한 차례 더 과시하거나,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 성격의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의 도발이나 휴전선 인근에서의 포격도발과 같은 국지도발도 거론된다. 실제 북한은 핵 시설이 자리한 평북 영변 부근에 서울의 특정 지역을 본떠 만든 가상훈련장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 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또 우리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이날 백두산에서 열린 백두산밀영결의대회 연설에서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이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원수들을 씨도 없이 모조리 죽탕쳐 버리겠다(몰골을 볼품없이 만들겠다)”는 위협성 발언을 내뱉는 등 긴장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은 수도권 지역을 겨냥해 언제든지 국지 도발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군은 북한 움직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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