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斬首) 작전을 자주 실행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전쟁지도부가 마비되면 대규모 부대라도 손쉽게 무너진다는 인류 전쟁사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1989년에는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만을 겨냥한 참수 작전 ‘대의명분(Just Cause)’을 펴기도 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 제거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미군의 참수 작전은 현재 ‘고가치 표적(HVT, High Value Target)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작전으로 자리잡았다.
▦ 미군의 참수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전력은 데브그루와 델타포스다. 해군 특수전 부대 네이비 실의 여러 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요원만을 모아놓은 ‘실 6팀’의 별칭이 데브그루고, 델타포스는 미 육군 특수부대의 분견대다. 정예 중의 정예 특수부대인 셈이다. 특수부대 투입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참수 전력이다. 은신해 있는 특정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타격능력이 필요하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 폭력기는 미국이 자랑하는 전략자산이다. 핵폭탄 투하뿐 아니라 JDAM 같은 스마트폭탄과 벙커버스터처럼 지하 벙커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 한ㆍ미 양국이 다음달 시작하는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에 참수 작전 훈련도 실시한다고 한다. 훈련에는 데브그루와 델타포스에 버금가는 정예 특수부대가 참가한다. 군사기밀을 강조하는 미군이 이를 공개한 걸 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심리전 성격이 짙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게 관건인데 그만한 정보력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 전쟁 분위기가 고조돼 김정은이 벙커에 들어가면 작전의 실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김정은의 벙커는 집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100m를 내려가 연결돼 있다고 하니 벙커버스터도 소용이 없다. 특수부대가 침투해도 깊은 땅속의 거미줄 같은 미로와 두꺼운 격벽 등 장애물을 뚫고 접근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참수 작전에 대응해 북한이 핵 선제 공격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참수 작전을 제외하는 것이 핵 공격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다 같이 죽자”고 나오면 정말 대책이 없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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