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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00만원에 혹해 보이스피싱 가담한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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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00만원에 혹해 보이스피싱 가담한 중학생

입력
2016.0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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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철 없는 중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려 한 혐의(절도미수 및 주거침입)로 이모(16)군 등 중학생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을 모집하고 관리한 중국동포 차모(21)씨는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던 이군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입주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정모(68ㆍ여)씨가 아파트 계단에 숨겨둔 현금 1,500만원을 몰래 가져가려다 잠복한 경찰에 검거됐다. 이군은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으로 검거된 최초의 중학생이 됐다.

이군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현금을 가져올 것을 지시 받았다. 서울 방배경찰서 제공
이군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현금을 가져올 것을 지시 받았다. 서울 방배경찰서 제공

경찰 조사결과 이군 등의 역할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건 전화에 속은 피해자들이 집 안팎에 보관해 놓은 현금을 훔쳐오는 것이었다. 이군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하면 일당 80만∼150만원을 번다”는 같은 학교 친구 주모(17)군에 말에 넘어가 겨울방학 무렵 범행에 가담했다. 중국동포인 주군은 현금 수거책을 모집해주면 한 사람당 20만원을 준다는 차씨의 제안을 듣고 PC방에 함께 다니면서 친해진 박모(16)군도 끌어들였다.

그러나 쉽게 돈을 벌려던 중학생의 꿈은 수거책 역할을 시작한 첫날 물거품이 됐다. 피해자 정씨는 이미 지난달 15일까지 중국 조직의 사기전화에 속아 현금 1억400만원을 잃은 상태였다. 정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말에 예금과 적금, 주택담보대출금을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거실 에어컨, 계단 등에 보관하다 피해를 입었다. 3차례에 걸친 범행에도 정씨가 눈치를 못 챈 것 같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씨에게 또 전화를 건 뒤 이군에게 수거 역할을 맡겼지만 정씨는 이미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이군이 붙잡힌 후 주군과 박군, 차씨도 잇따라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피해자에게 돈을 집 안에 보관토록 유인한 뒤 직접 돈을 찾아가는 수법을 쓰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수거책을 구하기 어렵자 중학생에게까지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 의식이 희박한 이들 중학생들은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범죄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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