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김종인 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1일 전날 총무본부장을 사퇴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선거대책위원회의 ‘운영관리본부장’을 맡을 수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걱정부터 꺼내놓았다.
전날 더민주에서는 정장선 총무본부장의 공천관리위원 임명을 놓고 소동이 벌어졌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총무본부장은 공천 관련 기구에 위원장이나 위원이 될 수 없다’는 당규를 모른 채 정 단장을 공관위원에 넣으려다 문제가 되자 정 단장을 총무본부장에서 물러나게 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본보 10일자 9면)
문제는 김 위원장이 후임 총무본부장을 임명하지 않고 정 단장에게 운영지원본부장을 맡기게 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산과 인력 운영을 좌지우지 하던 총무본부장의 역할을 운영지원본부장으로 ‘포장’만 바꿔 정 단장에게 계속 맡기겠다는 뜻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다.
더민주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총무본부장을 포함해 당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의 입김이 공천 과정에 개입하지 않게 하자며 당규를 고쳤다. 당내 비주류 측이 주류 진영의 공천 독식 가능성을 우려하자 문재인 대표가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해법을 받아들여 새 규칙으로 만들었다.
그런 고민의 산물인 새 당규는 6개월 만에 휴지 조각이 될 판이다. 이대로 가면 정 단장은 사실상 총무본부장 역할에다 공관위원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총무본부장의 역할을 운영지원본부장에게 넘기려면 당규를 고쳐야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그런 절차나 명분을 따지기에 시간이 없다며 밀어붙일 태세다.
김 위원장은 탈당 사태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이 안정을 찾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런 김 위원장을 향해 당원과 지지자들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기존 당의 규칙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막강한 권한을 잘못 쓰면 또 다른 반발과 혼란을 가져올 게 뻔하다. ‘친노 패권주의’를 바로잡겠다던 김 위원장이 ‘김종인 패권주의’를 만든다면 어렵게 잡은 더민주의 재반등 기회는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박상준 정치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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