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청년들로 구성된 밴드 ‘눈 오는 지도(Snowing Map)’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티넥의 참빛교회에서 항일 시인 윤동주(1917∼1945) 71주기 추모공연을 연다. 2007년부터 매년 윤동주 시인의 기일인 2월 16일 즈음 열어온 이들의 추모 공연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이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는 의미를 더했다.
눈 오는 지도는 2005년 미국 버클리와 맨해튼 음대, 뉴욕주립대 등에서 음악을 전공한 청년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다. 밴드 이름은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 몇 차례의 멤버 변동 끝에 현재 리더 겸 작곡가인 한은준(기타)씨를 비롯해 박수진(보컬)ㆍ김성희(건반)ㆍ송태승(베이스)ㆍ차승현(드럼)씨가 활동하고 있다. 한씨는 결성 초기 인터뷰에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를 미국에 알리기 위해 매년 추모 공연을 열고 있다”며 “재미동포 2세들이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통해 정체성을 찾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눈 오는 지도는 공연에서 윤동주의 시에 선율을 입힌 곡들을 연주한다. 이들은 2008년 윤동주의 대표 시인 ‘서시’, ‘별 헤는 밤’ 등 14수에 곡을 붙여 음반을 발매했다. 앨범 발매 후 뉴욕을 비롯해 뉴저지, 캘리포니아, 캐나다 토론토 등지에서 공연했다. 2010년에는 윤동주가 다녔던 일본 도쿄의 릿쿄대와 한국 연세대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씨는 11일 연합뉴스에 “인간의 존엄이 짓밟힌 광기 어린 시대,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윤동주와 같은 고뇌를 하며 살았던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다”면서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고 싶었다. 결국 정의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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