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밀려드는 ELS 손실 공포
닷새 간의 춘절 연휴 뒤 11일 개장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가 5% 가까이 폭락해 7,.657로 연저점을 갈아치우면서 또다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손실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H지수가 저점을 낮추면 낮출수록 H지수에 연계된 ELS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 이날 하루에만 5,000억원이 넘는 ELS가 원금손실구간에 새롭게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날 5,067억원어치의 H지수 연계 ELS가 녹인(knock-inㆍ원금손실) 구간에 새로 진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월21일 H지수가 7,835까지 떨어졌을 당시 금융당국이 발표한 원금손실구간 진입 규모는 3조3,000억원 가량. 에프앤가이드 통계에 일부 ELS가 제외됐다는 걸 감안하면 이날까지 누적 손실위험구간 진입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잔액은 37조원 가량으로 이미 10% 이상이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는 얘기다. 물론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모두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 때 약정된 지수를 넘어서지 못하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은 한층 커졌다고 봐야 한다.
현재 발행된 H지수 ELS 중 원금손실구간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수대는 6,500~7,000선. 만약 H지수가 지금보다 10% 가량만 더 하락한다면 손실구간 진입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난해 말 1만선에 육박했던 H지수는 올 들어 급락을 거듭하면서 한달 남짓한 사이 2,000포인트 가까이 추락한 상태다.
손실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 ELS를 비롯한 파생상품 투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일 기준 ELS를 포함한 총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0조원을 돌파(100조1,057억원)했다. 2010년 2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6년만에 5배 이상 급팽창한 것이다.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들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에 따라 새로 ELS 등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이지만, 투자 위험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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