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30ㆍ요진건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와 KLPGA 골퍼들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ING 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서 KLPGA팀 주장을 맡았다. 김보경은 최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부담스러웠다. 두 번할 건 못되더라”며 웃었다. 이어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 데 나이가 제일 많아 뒤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정원(61)씨는 벌써 10년 넘게 딸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김보경은 “데뷔할 무렵 주위 선수들은 전문 캐디를 고용하기보단 부모님과 함께 필드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도 그렇게 캐디 일을 시작하셨다”고 운을 뗐다. 기자는 2년 전 김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직접 골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은 없는 편이다”고 한 김씨의 당시 인터뷰를 전하자 김보경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아버지가 캐디백을 멘 이유에는 캐디 고용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골프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캐디 일을 하시게 됐다”고 답했다. 프로 12년차 ‘효녀 골퍼’ 김보경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을 본보에 전했다.
-골프를 시작한 계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아버지 후배 분의 권유로 시작했다. 박세리 선배의 활약으로 한창 여자골프 붐이 일었을 때다. 방과후 실내 연습장서 1~2시간 쳤다. 그냥 해야 하는 줄 알고 연습해오다 골퍼가 됐다(웃음).”
-신인 때부터 늘 꾸준하다.
“하루에 체력 훈련 2~3시간, 샷 연습 2시간, 퍼팅과 숏게임 훈련 3~4시간을 소화한다. 데뷔 때나 지금이나 하는 훈련들은 똑같다. 기록을 보면 딱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못하는 것도 없다. 다 비슷하다. 5년 동안 우승을 못했었지만, 크게 못 쳐서 그렇게 된 건 아니었다. 늘 하던대로 하고 있다. 잘 된다고 훈련을 거르고, 안 된다고 더 열심히 하고 그런 적은 없었다.”
-겨울 훈련은 주로 어디서 하나.
“고향 부산서 훈련했다. 해외서 훈련하나 여기서 하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국내 잔디서 연습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레슨과 독학, 어느 쪽을 선호하나.
“혼자 훈련하는 편이다. 겨울 훈련 때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아도 3~4회에 불과하다. 선생님을 찾아가기보단 내 것을 많이 찾으려고 한다. 레슨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내 것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015시즌 상금 8위, 페어웨이 안착률 5위, 평균최저타수 10위에 올랐다. 올 시즌 목표는.
“1승과 홀인원이다. 홀인원은 자동차가 부상으로 걸린 대회서 하고 싶다. 지난해 8월 홀인원을 기록했지만, 부상으로 안마 의자와 아이언 세트를 받았다. 최종 성적 기준으로 2승을 한 2013년보다는 지난해가 최고였다.”
-눈에 들어오는 후배가 있나.
“(전)인지와 (김)효주는 실력도 좋고 예의도 바르다. 둘은 주위 평판도 상당히 좋다. (김)세영이는 귀엽다. 성격이 원래 밝은 데 미국 진출 후 더 밝아진 것 같다. 가식이 없는 느낌이다. 외모도 귀엽다.”
-롤모델은.
“줄리 잉스터(56ㆍ미국)다. 2005년 초청 선수로 한국에 온 적이 있는 데 사람이 참 좋더라. 말은 안 통했지만, 아우라가 느껴졌다. 경기 후 아버지와 ‘이런 선수하고 치다니’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연배가 어머니뻘인 데 골프 실력도 대단하고 사람도 좋다. 정말 닮고 싶다.”
-은퇴 이후의 삶은 생각해봤나.
“시드 기한은 내년까지다. 내년에 성적을 봐야 한다. 힘들 땐 그만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 데 막상 골프를 안 하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지금 생각으론 은퇴하면 아예 다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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