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설계도를 베껴 코스를 만든 골프장 운영업체가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이태수)는 골프장 설계업체 대표 정모(57)씨가 경기 여주시의 한 골프장을 운영하는 A사를 상대로 낸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18홀 골프장을 둔 A사는 2009년 9홀을 더 늘리기로 계획했고 이듬해 초 B사에 설계변경 용역을 줬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정씨 업체에 설계를 의뢰했다. 하지만 A사는 “정씨의 설계 대신 B사의 설계를 채택하겠다”고 정씨에게 통보하고 2014년 준공인가를 받아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어진 신규코스 9홀이 정씨가 낸 설계도면과 거의 같자 정씨는 “설계도를 무단 도용했다”며 A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사 측은 “B사의 설계도대로 공사를 해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정씨 회사의 설계도는 신규 9개 홀을 특정장소에 배치ㆍ연결하고 코스를 구성하는 등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므로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 회사 설계도와 증설에 쓰인 설계도를 비교해볼 때, 동쪽 1~5번 홀이 ‘중간 홀(파4)-중간 홀-긴 홀(파5)-중간 홀- 짧은 홀(파3)’로 홀의 구성이 같고, 워터해저드(물웅덩이) 등도 똑같이 있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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