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을 보고 두 번 놀랐습니다.
먼저 배우 장나라(35)의 변치 않는 외모에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아무리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연예인이라지만 그의 외모는 어쩜 그리도 한결 같을 수 있을까요? 찹쌀떡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하얀 피부에 툭 치면 쏟아질 것만 같은 커다란 눈망울까지. ‘뉴 논스톱’(2001) ‘명랑소녀 성공기’(2002) 등 그녀의 신인시절 작품 속 모습보다도 어려 보이는 외모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더군요. 그녀가 벌써 배우 경력 15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요.
두 번째로, 그리고 첫 번째보다 더 놀란 건 장나라를 포함한 이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드라마는 한미모(장나라), 고동미(유인나) 등 1세대 걸그룹 멤버들이 30대가 되어 겪고 있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극중 한미모가 20대 중반에 이미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돌싱녀’란 설정만 빼고는 4명의 친구들이 수시로 만나 서로의 고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여성판 신사의 품격’(2012) 쯤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여주인공들은 이상하리만큼 ‘결혼’(혹은 재혼)에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미혼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치 결혼이란 행복의 시작이자 완성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재혼컨설팅업체 ‘용감한 웨딩’의 최고경영자인 한미모는 자신의 완벽한 재혼을 꿈꾸는 인물인데 주변 남자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3초 금사빠’(3초 만에, 금방 사랑에 빠짐)란 별명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십 여 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송수혁(정경호)과 술을 먹고 하루 만에 혼인신고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더니 얼마 후 자신이 입원한 병원의 의사 구해준(권율)의 다정한 모습에 반해 “울렁거려요, 그 쪽 때문에”란 돌발고백도 서슴지 않습니다.
걸그룹 활동 당시 다른 멤버들에게 외모가 밀려 보컬을 담당했다는 고동미는 한층 심한 모습을 보입니다. “나 같은 노처녀 나이 또래 결혼 안 한 멀쩡한 남자들은 문화재만큼이나 귀하다”는 말로 ‘셀프 후려치기’(자신을 비하함)에 시동을 걸더니 20만원을 주고 참가한 단체미팅에 실패한 뒤엔 “삐뚤어질 거야, 이제부터 막 살 거야”라는 말과 함께 통곡하기에 이르기도 하죠. 초등학교 교사인 그녀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남녀 따로 앉으라며 히스테리를 부리기 일쑤인데, 이쯤 되면 단순히 독특한 캐릭터라기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성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들이 예쁘장한 외모는 물론(물론 유인나는 뽀글머리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망가진 외모로 보이도록 노력하지만요) 사업체 대표, 초등학교 교사 등 사회에서도 인정 받는 커리어우먼이란 점입니다. 게다가 대사만 들으면 40대가 훌쩍 넘었을까 싶지만 이제 겨우 서른 넷 여성들이죠. 홀로 산다는 게 그리 불행한 일인가 의문이 드는 인물들입니다.
결국 미혼이란 꼬리표만이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족쇄입니다. 남자 없이는, 결혼하지 않고서는 불안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탓에 자신을 둘러싼 남자주인공들의 말 한마디에 맥 없이 흔들리고 딱 봐도 사기꾼인 남자에게 휘둘려 돈까지 갖다 바칩니다. 여자는 결혼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편견이 드라마 전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불행’에 젖은 여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 차라리 제목을 바꾸시죠.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한 번 더 결혼해야 해피엔딩’으로요.”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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