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하고 아랍어 협박 메모까지 남긴 30대 피의자가 아랍인의 폭탄 테러를 가장한 해외 몰래카메라 영상을 흉내 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1층 남자화장실에 부탄가스통 등이 부착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협박 메모를 남긴 혐의로 구속된 유모(36)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에서 본 유머 동영상을 흉내 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동영상은 아랍인 복장을 한 남성이 가짜 폭발물을 설치해 시민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정한 직업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유씨가 계속된 취업 실패로 인한 사회적 불만 등과 개인병력인 조울증이 복합되면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씨는 동영상을 흉내 내 공공장소에 모조 폭발물을 설치,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로 마음 먹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달 27~29일 인터넷에서 부탄가스 폭발물 제작법을 검색한 뒤 같은 달 29일 서울 구로구 주거지에서 종이박스, 부탄가스통 등을 이용해 가짜 폭발물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가짜 폭발물과 함께 발견된 아랍어 협박 메모는 구글 번역기 등을 이용, 작성하는 등 유씨는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유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인터넷 접속자료, 범행 전후 행적을 수사한 결과 테러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나 단체와 접촉한 사실이 없는 점을 토대로 테러와의 연관성이 없는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폭발성 물건 파열 예비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를 기소 의견으로 1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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