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시작됐다. 정치와 선거에서는 ‘말 잔치’가 이어지고 정치인의 언어는 생존의 수단과 도구이면서 경쟁의 무기가 된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의 언어 특징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 그 이상이다.
어떤 후보의 언어가 복잡한가 단순한가, 혹은 메시지가 명쾌한지 그렇지 못한지 알아볼 수도 있다. 공화당의 Ted Cruz는 현재 미 대통령 후보 출마자 중에서 가장 복잡하게 말하는 편인데 그의 말 중에는 authority, sovereignty, catastrophic (권한, 통치, 재앙)이라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어휘가 나오고 모두 다음절 단어로서 듣기에도 부담이 된다. Cruz는 Harvard Law School 출신답게 유식한 말투를 선호하는데 이런 말투는 지루하고 깐깐해 보이고 호감을 사기 어렵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흔히 농담처럼 하는 말 중에 일단 Law School을 나오면 개업을 하든 안 하든 평생 변호사 말투를 사용함으로써 권위를 세우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반면에 Donald Trump는 어떨까. 그가 말한 한 대목을 보면 ‘We have a president who doesn’t have a clue. I would say he’s incompetent but I don’t want to do that because that’s not nice.’가 있다. 이런 문장은 관계사가 한두 개 나오는 초등 고학년 수준이고 어휘 또한 초등 수준이다. 그래서 Trump는 모든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와 비교해도 ‘He speaks the simplest English’라는 평가를 받고 ‘He uses short, punchy sentences with small words’ 같은 분석이 나온다. 간단명료하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각인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식이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TV 판매원에 비유한다. TV 상품이 비슷해 보일 때 판매원의 말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긴 설명보다는 단순 명쾌한 말이 효과가 좋은 이치다. Trump는 ‘주어+동사’의 단문을 선호하고 독립 절조차 잘 사용하지 않으며 2인칭 주어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자신과 청중의 관계를 직접 연결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공화당의 Ben Carson은 복잡한 말투의 Cruz와 단문 단순한 말투의 Trump의 중간쯤에 해당된다. Carson이 Yale대학을 나온 수재라는 것과 신경외과 의사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명석해 보이지만 Carson은 80년대까지는 민주당이다가 15년 동안 무 당파를 거쳐 이제는 공화당 옷을 입고 나왔다. 그의 언어가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점은 거꾸로 말하면 뚜렷한 자기만의 호소력이 적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 언어와 화법에서는 ‘Simple is better’ ‘Simple is the best’가 통한다. 소설 ‘1984’(George Orwell)에 나오는 것처럼 ‘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power’ 식의 단순 슬로건이 기억 효과가 높다. 모름지기 정치 슬로건은 3-4단어를 넘지 말아야 하고 speech pattern은 초등 수준으로 복합절, 중문을 피하고 단순 문장을 사용해야 좋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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