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지체장애인을 친 트럭 운전자가 초동 조치에 소홀한 채 거짓 연락처 등을 남긴 뒤 사라졌다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사고 8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박모(37)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27분쯤 구리시 아차산로를 걷던 A(67ㆍ지체장애 2급)씨를 자신의 0.5톤 라보 트럭으로 추돌한 뒤 허위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고 도주한 혐의다.
피해자 A씨는 당시 바닥에 쓰러지는 등 충격에도 외상이 없어 평소 다니던 장애인복지센터로 향했다가 뒤늦게 “차에 치였는데 머리가 아프다”며 쓰러져 뇌수술을 했다.
A씨의 가족은 치료 과정에서 박씨가 건네준 연락처 등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평소 동선과 폐쇄회로(CC)TV를 분석, 사고 이틀 만인 지난 3일 박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A씨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9일 오전 9시50분쯤 숨졌다. A씨는 지난 2002년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를 얻은 뒤 매일 오전 비슷한 시간대 집과 복지센터를 오가며 재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경찰에서 “다른 이름과 3년 전에 쓰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면서 “출근길이라 사고 낸 것을 숨기고 싶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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