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이 시행령 검토해 의견서
교육감協, 권한쟁의심판 청구 논의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책임으로 정한 지방교육재정법 시행령이 헌법에 보장된 지방교육자치권한을 침해한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나왔다. 시도교육감들은 이를 토대로 이달 중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10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에 따르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이 같은 내용의 법률 검토 의견서를 지난 5일 협의회 측에 전달했다. 의견서는 지난해 10월 개정된 지방교육재정법 시행령이 국가 사업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의무 지출로 못박고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교부금에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이 지방교육자치제도로 보장된 교육 자치 권한을 침해한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국책 사업을 지방단체에 위임할 경우 국가가 경비를 전부 부담하도록 한 국가재정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민변 관계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영유아보육법에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소관으로 돼 있어 해당 예산을 시행령을 통해 교육감에게 강제한 점도 권한 침해 사항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견서는 교육감들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담고 있어 법적 다툼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변은 “청구 기한이 권한 침해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이기 때문에 청구 자체가 각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서울시 22개 구청은 종합부동산세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 권한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했으나 ‘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심판이 진행돼 시행령이 교육감 권한을 침해한다는 결과가 나와도 시행령이 무효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도 지적됐다. 지난 2009년 10월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거쳐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재는 “권한 침해는 인정하지만 무효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 변호사는 “헌재는 사회적 혼란 등을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에서 명백히 문제점이 밝혀진 법이라도 이를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린 적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민변 관계자는 “기본권이 침해된 주체인 학부모들의 헌법소원과 교육감들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함께 진행된다면 실효성 있는 법률 다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법적 대응에 대한 검토는 3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청구 기한 등을 고려해 시도교육감들과 법률 검토 의견서를 회람한 뒤 2월 안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도교육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누리과정 예산 파행에 대해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 등을 검토했었다. 그 동안은 정부와 협의기구 구성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정부가 협의체 구성 제안을 전면 거부하는데다 누리예산 미편성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밀어붙이며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고 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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