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압박 수단으로 개성공단 조업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공단 입주기업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10일 오후에 정부로부터 전면 중단 방침을 전달받은 개성공단기업협회 임원진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입주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전면중단을 일방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2013년 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지만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부당 조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월 120달러대의 싼 임금으로 가동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잃은 중소업체들이 이를 대체할 만한 적절한 방법을 빠른 시간 안에 찾지 못하면 도산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124개 입주업체 중 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섬유 기업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당장 봄 신상품 납품 차질도 문제지만 개성공단처럼 저렴한 인건비로 제품을 생산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생산 중단에 내몰려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섬유 기업들이 보유한 국내 공장은 대부분 개성공단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을 대체할 곳을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섬유업체 A사는 2013년 4월 개성공단이 약 6개월간 잠정 폐쇄됐을 때 신규 생산을 거의 하지 못해 도산 직전까지 갔다. A사에서 납품 받기로 한 국내 유통업체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면서 A사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다수는 국내 업체들에게 납품을 하기 때문에 공단 조업의 전면중단이 우리 시장에 연쇄적으로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전 부품을 만드는 B사는 2013년에 겪은 경험을 교훈 삼아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개성공단 물량을 줄이고 인천에 있는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으나 주문량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주문업체에서 부품 공급을 재촉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국내에서 생산하면 인건비등 비용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제품의 국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는 공공과 민간부문을 합쳐 총 1조190억원(공공 4,577억원, 민간 5,613억원)이 투자됐다. 개성공단 전체의 연간 생산량은 5억달러(약 6,000억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04%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경제사회적 가치는 이보다 크다는 평가다.
또 지난해 2월 발효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개성공단 생산 제품 중 총 재료에서 원산지(한국 또는 중국산) 재료 비중이 60%를 넘는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해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개성공단 제품이 약 310개로 예상하는데 이번 결정으로 이 같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요한 현금 창출원을 잃게 된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은 총 6,160억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의 중요한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또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인프라로 지어준 전력과 상수도 시설을 공단 전면중단과 함께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북한 내부의 전력난과 식수난이 가중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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