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공공기관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정모(69) 전 한국노동교육원 교수가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며 한국기술교육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노동교육원은 2004~200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권을 맴돌아 경영관리 개선 대책 마련을 요구 받았고, 노사는 1년간 협의 끝에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단체협약을 맺었다. 만58세부터 4년간 임금을 최대 40%까지 순차적으로 깎고 정년 이후 2년은 초빙교수로 전환해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이었지만 취업규정이 개정되진 않았다. 정씨는 2006년 10월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가 2009년 9월 퇴직했다.
대법원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보수ㆍ복무 규정을 고치지 않은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노사협약을 체결했더라도 그 내용이 교육원과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옛 노동교육원법은 중요규정과 운영사항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예산ㆍ결산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는 필연적으로 인사규정 변경과 예산, 신규 고용규모 등의 변동사항을 수반해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며 “임금피크제가 보수인상이 아닌 임금삭감 구조여서 이사회 의결이나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본 원심은 공공기관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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