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두산 유희관(두산 제공)
2015년은 두산 유희관(30)에게 '최고의 한 해'로 기억될 법하다. 18승5패로 다승 2위에 오르면서 데뷔 후 최고 기록을 썼고, 역대 두산 좌완 투수 중 한 시즌 최다승(종전 2004년 게리레스, 17승)까지 거뒀다. 선발 투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소화 이닝은 189⅔이닝으로 전체 6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목표였던 팀의 우승까지 달성하면서 원하던 모든 걸 이뤘다. 토종 에이스로의 자리까지 굳힌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반응은 다소 예상외다. 전반기에 12승2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던 그가 후반기 6승3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하자 '부진'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유희관도 서운할 만한 반응이다. 그는 "18승이면 웬만큼 잘한 게 아니라 사실 엄청 잘 한 게 아닌가. 나갈 때마다 잘 던지면 메이저리그에 가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농을 던질 정도다. 하지만 이런 '비난' 또한 그 정도 위치가 돼야 받을 수 있다. 그를 향한 기대가 그 정도로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유희관은 "그만큼 잘하는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몇 경기 가지고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라는 뜻 아니겠나"라며 웃음지었다.
전반기의 돌풍을 후반기까지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면서 배운 점도 있다. "하던 대로"가 답이다. 유희관은 "한 경기 못했을 때 다음에 만회를 해야 한단 생각에 더 힘이 들어갔다. 맞춰 잡아서 승부를 해야 하는 스타일인데 타자에게 안 맞으려고 하니 3,4회에 벌써 투구수가 70~80개가 되고 교체됐다"며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역효과가 났다. 그냥 하던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중인 이번 캠프에서도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부터 10승, 12승, 18승 계속해서 결과가 좋아졌다. 변화를 택하기 보다는 루틴을 지키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팀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희관은 "우리 팀의 분위기는 항상 좋다"고 소개했다. 챔피언의 부담도, 방심도 없다. 유희관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가면서 빠지고, 공백을 메우려고 선수들이 다들 더 열심히하고 있다"며 "작년에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기분'을 안다. 다들 올해도 또 해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바뀐 건 팀의 '위치'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생긴다. 유희관은 "도전자에서 챔피언이 됐다. 이제 9개 팀이 1위팀인 우리를 잡으려고 하지 않겠나. 자리를 지키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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