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잘 보살펴주십써(주세요).”
정월(正月ㆍ음력 1월)을 맞아 마을 수호신들에게 올 한 해 주민들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제가 제주도내 곳곳에서 열린다. 제주가 ‘신들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제주시 추자면 묵리와 예초리의 마을제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도내 120여개 마을에서 진행된다.
제주지역 마을제는 크게 남성과 여성들이 각각 주관하는 포제와 당굿으로 구분된다. ‘포제’는 남성이 제관이 돼 유교식 제법으로 지내는 마을제이고, ‘당굿’은 여성들의 주관하고 심방(무당의 제주어)이 진행하는 무교식 마을제다. 이외에도 해신제, 토신제, 풍어제 등도 이어져오고 있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된 유교식 포제인 납읍마을제는 15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내 포제청에서 열린다. 홍역신인 서신, 마을수호신인 토신, 손님신인 포신에게 마을의 무사안녕과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같은날 제주시 한림ㆍ조천읍 등지에서도 마을포제가 잇따라 열린다.
20일에는 무교식 마을제 중 가장 큰 규모인 송당마을제(제주도 무형문화재 5호)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에서 개최된다. 본향당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을 모신 신당이다.
송당리 본향당은 당신(堂神)들의 조상격인 수렵ㆍ목축신이자 남신인 ‘소로소천국’과 농경신이자 여신인 ‘금백주’가 결혼해 터를 잡은 곳이다. 이들 부부 사이에서 18명의 아들과 28명의 딸이 태어났고, 이들과 그 자손들이 뻗어나가 368개 마을의 당신이 됐다고 전해진다. 송당마을제를 전후해 14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본향당에서, 21일에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본향당에서 당굿이 각각 펼쳐진다.
제주시 화북동 해신제도 12일 화북포구에 있는 해신사(海神祠ㆍ제주도기념물 제22호)에서 열리는 등 해안마을 중심으로 풍어와 안전한 조업을 기원하는 해신제가 봉행된다.
예로부터 제주에는 1만8,000여 신(神)들이 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들을 모신 신당들도 지금까지 300여곳이나 남아있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육지부에 비해 독자적인 신화와 무속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으며, 제주 사람들 상당수는 여전히 마을 수호신들에게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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