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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이 달콤하다고요? 시대에 맞선 음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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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이 달콤하다고요? 시대에 맞선 음악이에요”

입력
2016.0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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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공연을 갖는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틸 펠너. 성남문화재단 제공
성남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공연을 갖는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틸 펠너. 성남문화재단 제공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달콤하거나 서정적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대위법-기교-아름다움의 삼위일체를 구현한 베토벤 소나타를 영화OST처럼 가뿐하게 연주한다. 오스트리아 거장 알프레드 브렌델(85)의 후계자, 피아니스트 틸 펠너(44)가 21일과 23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슈만과 베토벤의 대표작을 엮어 21일 테너 마크 패드모어와의 가곡 리사이틀을, 23일 피아노 독주회를 선보이는 독특한 구성이다.

펠너는 최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독일 낭만주의를 주제로 엮은 이번 공연은 나에게도 특별하다”며 “마크 패드모어는 감성적이면서도 지성적인, 다이내믹한 음폭의 테너다. (오랜 협연으로)그의 발성 방식이 나에게는 자연스럽다. 성악 반주와 독주는 기본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펠너는 18살에 평생의 스승 알프레드 브렌델을 만나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건 장기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음악 인생을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란 가르침을 실천하며 까다롭게 작곡가와 연주 레퍼토리를 골라 철저히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몇 년 간 집중적으로 탐구한 작곡가는 바흐와 베토벤으로 독일 레이블 ECM에서 발매한 바흐의 평균율, 인벤션과 신포니아는 여타의 거장들에게 뒤지지 않는 개성을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는다.

압도적인 서막, 가볍고 섬세한 타건, 리드미컬한 전개가 펠너 연주의 특징. 1993년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 후 클라우디오 아바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쿠르트 마주어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했다. “단지 연주하고 여행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시간을 쓰고 싶다”며 2012년 한 해 연주회를 열지 않고 작곡, 문학, 영화 공부를 한 그는 이듬해 밤베르크 심포니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바흐와 베토벤에 이어 그가 꽂힌 건 이 두 작곡가를 젖줄 삼아 성장한 슈만의 작품들이다. “젊은 시절 슈만은 다소 진보적인, 모던 아티스트였죠. 그의 음악이 당대 음악과 맞선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 음악이 바흐, 베토벤 같은 과거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요.”

펠너는 21일 공연에서 테너 마크 패드모어의 공연에 반주자로 나서 슈만의 ‘5개의 가곡’과 ‘시인의 사랑’,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연주한다. 현대 작곡가 한스 젠더에게 위촉한 가곡 ‘산속 동굴에서-장 파울의 소설에 의한 2개의 폴리미터’도 국내 초연한다. 슈만이 좋아한 독일 낭만주의 소설가 장 파울의 ‘개구쟁이 시절’의 마지막 부분을 중심으로 만든 곡으로 지난달 초 독일에서 초연했다. 23일 독주회에서는 장 파울의 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슈만의 피아노곡 ‘나비’와 ‘판타지 C장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 등을 연주한다.

“서로 연관은 있돼 ‘가르치려 들지 않는’ 곡들을 엮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음악에 전부 담겨 있어요. 와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031)783-8000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내한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틸 펠너. 성남문화재단 제공
내한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틸 펠너. 성남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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