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몰아 닥친 지난달 21일 오후 너울성 파도가 강원 강릉시 정동진 일대를 덮쳤다. 수 미터가 넘는 파도를 맞은 축대는 맥 없이 무너졌고, 레일바이크 선로도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운행이 중단된 정동진 레일바이크는 선로 보수를 완료하기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런 파도로 인한 손실이 3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너울성 파도는 동해 먼바다에서 생긴 3, 4개 파도가 중첩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맑은 날에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일으킨다. 너울성 파도는 방파제의 인공구조물인 테트라포트와 부딪혀도 파동이 소멸되지 않고 육지를 덮쳐 큰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너울성 파도 피해는 비단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0일 영랑동 헤드랜드 연결로가 침하되고 피복석이 유실되는 등 속초에서도 이날 하루에만 너울성 파도로 인해 3억 9,34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양양에선 동호리 해안도로 600m가 바닷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언제 몰아 닥칠지 모를 파도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삼척 근덕면 주민 성모(66)씨는 “몇 년 전에는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집 앞 도로를 덮친 적이 있다”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기야 강원 동해안 6개 시ㆍ군이 결성한 동해안권 상생발전협의회가 최근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협의회에 따르면 너울성 파도로 해안선 223㎞ 가운데 41㎞가 유실됐다. 수려한 관광자원인 해변의 20% 가까이가 파도에 깎여 나간 셈이다.
문제는 해당 시ㆍ군의 재정문제로 항구적인 복구와 대책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해안침식 복구 등에 대한 사업주체는 지방지단체로 돼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 30%를 밑도는 강원도내 시ㆍ군들로서는 피해를 수습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다.
동해안권 상생발전협의회는 “해안 침식은 단순히 모래 유실이 아니라 연안 생태계 파괴, 국민 쉼터 잠식 등 사회ㆍ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경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정부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동해안의 청정해역과 백사장은 강원도민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소중한 관광자원”이라며 “정부의 특별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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