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월까지 모델 계약 연장
은행들, 모델 선정시 신뢰ㆍ건실 이미지 중시
가수 겸 배우 이승기(29)의 지난 1일 군 입대를 아쉬워하는 것은 팬 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2009년 9월부터 이승기를 자사 모델로 써온 KB금융그룹 역시 여느 열성 팬 못지 않게 그의 군 입대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데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1월로 만료된 이승기와의 모델 계약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KB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광고에서 이승기의 모습을 최소한 내년 1월까지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이승기 입대 전날인 지난 1월31일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이승기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KB금융 측은 “머리 자른 사진을 광고에 활용할 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통상 모델 계약이 6개월~1년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승기와 KB금융의 계약은 2017년 1월 이후 또 연장될 수 있습니다.
KB금융은 이승기의 입대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연장했다고 하는데요. 이승기 외에도 멋진 남자 연예인이 많은데 왜 꼭 이승기여야 하는 걸까요.
이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고객에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연예인의 매력은 섹시ㆍ야성ㆍ반항ㆍ일탈ㆍ데카당트와 같이 각양각색이고, 다른 업종의 광고에서라면 필요에 따라 이런 매력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객의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은 다릅니다. 그래서 은행권은 무엇보다 건실하면서도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모델을 뽑을 때 이런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요. 하나금융그룹의 모델 김수현ㆍ송일국이나 SC은행의 손현주, NH농협은행의 류현진이 ‘건실하고 신뢰 가는 이미지’의 대표 사례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건전한 느낌을 주는 임시완을 핀테크(금융+IT기술)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은행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 제한적인 이유인데요. 스포츠 스타의 경우 실적 추락이 곧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피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델로 기용한 연예인이 ‘사고’라도 치면 은행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 신중하게 고른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런 걸 감안하면 국내 연예인 가운데 ‘건실한 청년’의 대표 격이라 할 만한 이승기를 KB금융이 아끼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죠. KB금융의 ‘이승기 사랑’은 “2017년 1월 이후 이승기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남자 모델을 기용할 계획이 당장은 없다”고 밝힐 정도입니다.
그런데 군인이 ‘투잡’을 뛰어도 될까요? 국방부에 따르면 입대 전에 촬영한 사진이라 해도 군 복무 중 광고가 나가면 ‘대외 활동’이 되어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리 국방부의 허가를 받고 광고를 내보내면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
이승기의 모델료는 얼마일까요? KB측은 “계약서상 모델료는 ‘공개 불가’로 되어 있어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병 월급(상병 기준 월 17만8,000원)보다는 최소한 수천 배는 많을 거라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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