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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3총선 출마 러시… 출마선언 ‘장소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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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3총선 출마 러시… 출마선언 ‘장소의 정치학’

입력
2016.02.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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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한 4ㆍ13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출마 러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출마선언의 ‘장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에 뛰어들었음을 국민에게 알리는 첫 인사인 출마 선언은 장소 역시 중요한 선거 전략 중 하나다. 어디서 자신의 출마를 밝히냐에 따라 후보자의 정체성은 물론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읽을 수 있는 ‘장소의 정치학’이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에게는 출마선언의 장소 역시 중요한 선거 전략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2016-02-06(한국일보)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에게는 출마선언의 장소 역시 중요한 선거 전략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2016-02-06(한국일보)

예비후보자들의 출마선언 장소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과 당사에서 출마선언문을 발표하는 ‘여의도 정치 형’이다. 수 백 명의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장소지만 아무나 이 무대에 설 수는 없다.

정론관 기자회견장은 현역의원 등 당 관계자들의 주선이 있어야만 빌릴 수 있고, 당사 역시 당원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등 현실 정치 권력과 끈이 닿아 있어야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출신 강희용 예비후보(서울 동작 을)는 정론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이유에 대해 “언론은 정치인이 만나는 첫 번째 국민”이라며 “일일이 모든 국민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우선 기자들을 통해 출마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용석 전 의원이 1월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용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강용석 전 의원이 1월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용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때문에 주로 지역구 재선을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이나 전직 의원 등 거물급 예비후보, 혹은 당에서 ‘밀어주는’ 후보들이 이 곳을 이용한다. 새누리당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더민의 ‘인재영입’ 케이스로 전북 정읍 출마를 선언한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이 대표적인 예다. 또 새누리당으로 복당을 추진하다 거절당한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1일 출마 선언을 위해 당사를 찾았지만 출입을 제지 당하기도 했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가 당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당사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새누리당 측에서 강 전 의원의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반면 현역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시ㆍ도청이나 선거사무소 등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고향 앞으로 형’이 많다. 떠들썩한 이벤트 보다는 차분하게 지역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마 선언의 정석으로 통한다.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선언을 한 김성주 더민주 의원은 “전주시민의 염원을 담아 전북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한걸음 더’ 나아가자는 뜻에서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출마를 알렸다”고 밝혔다.

한편 현역의원들의 조용한 출마 선언에는 선수가 높은 정치인을 선호하지 않는 정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3선 이상의 중진의원의 경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출마선언문을 배포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3선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다고 괜히 여기저기 알릴 경우 ‘또 나오냐’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 하라’는 반응이 있을까 선거 운동도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유형은 독특한 장소를 통해 주목도를 노리는 ‘튀어야 산다 형’이다. 예비신인들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정치 신인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굴삭기나 지역 경로당, 박근혜 대통령 생가 등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는 동시에 장소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자신의 지지층을 보다 명확히 다지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김익환 새누리당 구로갑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16일 굴삭기 위헤서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익환 예비후보 측 제공/2016-02-06(한국일보)
김익환 새누리당 구로갑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16일 굴삭기 위헤서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익환 예비후보 측 제공/2016-02-06(한국일보)

김익환 새누리당 서울 구로갑 예비후보는 영등포교도소 앞에‘굴삭기’를 동원해 그 위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며 영등포교도소 이전 등 구로지역에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자신의 의지를 표명했다. 박선희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는 안산 본오동 소재 양지경로당에서 출마선언식을 가지고 ‘더 낮은 자세로 어른과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내용의 각서도 전달했다. 박 예비후보는 경로당에서 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출마선언문을 통해 지키지 못할 많은 약속을 남발하는 요식행위보다는 어르신들께 진실된 각오를 말씀 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중ㆍ남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배영식 전 의원은 대구 삼덕동의 박근혜 대통령의 생가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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