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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동물들과 행복한 설날 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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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동물들과 행복한 설날 보내는 법

입력
2016.02.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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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서 잔반을 먹고 살던 한강이는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는 명절에는 굶어야 했다. 사진: 이형주 제공
공사장에서 잔반을 먹고 살던 한강이는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는 명절에는 굶어야 했다. 사진: 이형주 제공

'한강이'와의 인연은 5년 전 명절 연휴에 시작됐다. 한강이는 내가 반려견과 매일 산책을 나가는 한강시민공원 공사장 한 켠에 묶여서 길러지던 진돗개다.

나흘쯤 되는 추석 연휴였는데, 공사장에 묶여있는 한강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에는 흙먼지만 뽀얗게 쌓여 있었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잔반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현장에 출근하는 사람이 없는 날은 그 잔반 조차 먹을 수 없어 목줄이 묶인 상태로 꼼짝없이 배를 곯아야 했던 것이다.

연휴 동안 아침저녁으로 사료와 물을 챙겨주던 인연이 이때까지 이어져, 지금은 같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보호소에서 주말마다 만나는 사이가 됐다.

사람 사회에서도 연말연시나 명절이면 형편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은 더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운이 좋은 동물들은 가족 무릎 위에서, 차례상 옆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기대하며 따뜻하게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동물들도 많다. 이번 설날, 작은 노력으로 동물들과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보호소 동물들에게 따뜻한 설날 선물하기

평소에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지친 일상에서 하루 쉬는 휴일을 동물을 위해 보내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설 연휴 동안 하루쯤 여유가 있다면, 집에 누워 TV 리모컨만 조종하는 대신 유기동물보호소에 봉사 신청을 해보자.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유기동물보호소에는 명절이면 더 일손이 딸린다.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보호소 동물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사진: 이형주 제공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보호소 동물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사진: 이형주 제공

동물을 특별히 잘 다루거나, 미용 같은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만져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춰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그리운 동물들에게는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한 설날을 선물할 수 있다.

보호소에 직접 가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이불, 간식 등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것도 동물과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2. 길 위의 동물들 돌아보기

무섭던 한파는 살짝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바깥바람은 매섭다. 특히 길 위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들에게는.

내가 사는 동네든,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 집이든, 길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비록 평소에 길고양이들을 돌봐주는 캣맘·캣대디가 아니더라도 고양이 사료·간식이나 물을 챙겨줘 보자.

평소에 길고양이를 돌보는 활동에 관심이 있었다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명절연휴에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주위에 자리를 비워야 하는 캣맘이 있다면 '대타' 역할을 자청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휴 기간 동안 마당에 방치된 개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휴 기간 동안 마당에 방치된 개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주인이 있더라도 집 밖에 묶여 방치 상태로 길러지는 개들이 종종 있다. 이런 개들은 명절에 주인이 집을 며칠씩 비우게 되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눈비를 고스란히 맞게 된다. 주위에 이런 동물이 있다면 연휴 동안 밥과 물을 챙겨주면서, 나중에 주인에게 부드럽게 적절한 돌봄을 제안해 보는 것도 주인의 마음을 서서히 바꾸게 하는 첫걸음이다.

3. 동물을 사랑하는 인도적인 여행자 되기

명절 연휴면 공항은 언제나 붐빈다. 특히 3-4일 정도 짧은 일정에 맞춰 가까운 중국이나 동남아국가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의하지 않으면 이런 여행에서 의도치 않게 '동물학대'에 가담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코끼리 트래킹, 동물쇼, 맹수와 사진찍기 등 우리가 여행지에서 접하는 동물을 이용한 상품들은 대부분 생태계 파괴와 동물학대, 착취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여행사를 통해 단체여행상품을 구매할 때는 여정에 이런 순서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먼저 문의해 볼 수 있다.

곰 쓸개즙, 호랑이 술 등의 약재나 코끼리상아처럼 야생동물의 가죽, 이빨, 뿔로 만든 기념품은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불법 밀렵을 조장하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미 1월이 다 지나갔지만 그래도 설날은 새해의 시작이다. 올해는 새해 소망으로 '내 가족이 행복한 한 해' 대신 '모든 생명이 행복한 한 해'를 빌어보자. 작은 일 같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차곡차곡 모아져 사람도, 동물도 조금 더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든다.

이형주 동물보호 활동가 · 크루얼티프리 인터내셔널 동아시아지부 캠페인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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