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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유엔 제재 도와달라” 시진핑 “냉정한 대처를”

입력
2016.02.0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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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 핵실험 후 31일만에 통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한 한중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밤 9시부터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형식으로 통화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번 전화 통화는 북한이 지난달 6일 핵실험을 한 이후 31일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한중 정상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전화외교를 한 것은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 핵실험 이후 제기된 한중 관계 균열 논란도 어느 정도 가라 앉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대응방안과 함께 한반도 정세, 한중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이번 만큼은 북한을 변화시킬 강력하고 실효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채택되도록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가 신속히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에 다양한 수단을 가진 중국의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발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두 정상이 대북제재에 대한 한중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청와대가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공개한 지 약 2시간 만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한반도에는 핵이 있어서도, 전쟁이 나서도 안 된다. 우리는 관련 당사국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이라는 큰 틀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세에 냉정하게 대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데 반대한다는 의미다.

그 동안 대북 제재를 놓고 한중 양국 정부 간 공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우리 정부가 내세운 ‘한중 밀착외교’성과가 퇴색될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국민담화에서 중국을 향해 “어려울 때 손 잡아주는 게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의 공조를 촉구했으나 시 주석은 계속 침묵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고강도 북한 제재에 줄곧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중국이 민감해 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카드로 압박하기도 했다.

꿈쩍하지 않던 중국이 ‘전화통화 외교’에 나서면서 한중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은 일단 막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 관계가 냉랭한 상태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정부의 대중외교 실패 논란은 더 확산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양국 관계가 실질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북한 억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책임론을 누그러뜨리고 북한의 도발에 경고를 보내는 외교적 제스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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