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한국영화가 급속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인기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 스타워즈 7번째 시리즈 ‘깨어난 포스’가 개봉했던 첫 주말 한국영화 히말라야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대형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한 보기 드문 나라 중 하나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영화 시장에서 국산 영화의 비율은 수입 영화보다 높았다. 한국의 이런 국산 영화 흥행강세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성공은 꽤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계에서 국내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작았다.
한국 영화의 비약적인 성장을 설명하는 책들이 많은데, 대부분 한국 유명 영화감독들을 한국영화의 흥행 원인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출판된 영문책 ‘예상 못한 동맹ㆍUnexpected Alliances’의 저자 박영아 작가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설명한다. 그는 한국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독립영화제작자들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은 한국 영화 성장을 이룩한 사회적, 정치적 요인들을 분석한다. 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 영화의 인기 뒤에 있었던 인물들과 관계들을 파헤친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 영화의 비약적인 발전에는 영화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독립영화제작사들과 그들 사이의 다양한 네트워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가 그 과정들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영화 발전의 핵심 인물들과 지인이거나 대학 동기였고 이런 사실이 분석에 신뢰를 더한다. 책은 박영아 작가가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미 잘 알려진 소위 운동권 영화제작사들이 부산영화제에서는 ‘독립영화 제작사’로 분류되어 이들이 만든 영화가 꼭 봐야 할 독립영화로 홍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영화제작사들은 대부분 한국독립영화협회(KIFA)라는 단체의 멤버였다. 박영아 작가는 KIFFA와 부산국제영화를 통해 당시 한국 영화산업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아가 독립영화제작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운동권 영화제작사들과 그들이 활동했던 한국의 독재정치 시대 이후 시대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게 됐다. 그는 1980년대의 민중운동이 어떻게 영화운동으로 번지게 됐는지, 그 이후에 등장한 386세대의 중요성을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에 독립영화제작사라는 이름으로 급부상한 이들 대부분이 386세대에 속한다. 박영아 작가는 정치적인 변화 속에서 독립영화제작사로 명명된 정치적 영화로부터 한국의 새로운 문화 영역이 창조됐다고 주장한다.
386세대와 그들이 활동한 시대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분석은 아주 흥미롭다. 그의 분석을 읽다 보면 운동권 영화인이 어떻게 지금의 문화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는 KIFA가 정부의 후원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복잡한 이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독재정권 이후의 한국 정부는 민주화와 개혁의 명분을 쌓기 위해 386세대를 상징적으로 이용했고,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많은 운동권 영화계 인사들은 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 단체와 연계했고 마침내 큰 문화적인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운동권 영화계 인사들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졌고 이는 또한 영화제와 예술 영화 등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중산층 소비자를 만들어냈다.
이 책에서 박영아 작가는 한국 영화의 역사에서 잘 논의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상세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이 책은 한국영화의 발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ㆍ서울북앤컬처클럽 운영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