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이 중소기업 대졸 정규직의 두 배에 육박했다. 또 2014년 기준 우리 대졸자 초임 연봉이 일본의 대졸 초임 연봉보다 3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상여금 포함 평균 4,075만원이었다. 반면 중소기업(300인 미만) 정규직은 2,532만원, 대기업 기간제 2,450만원, 중소기업 기간제 2,189만원, 영세기업(5인 미만) 정규직 2,055만원, 영세기업 기간제는 1,777만원에 머물렀다.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을 100%라고 하면 중소기업 정규직은 62.1%, 대기업 기간제 60.1%, 중소기업 기간제 53.7%, 영세기업 정규직 50.4%, 영세기업 기간제는 43.6%에 불과하다.
경총은 초봉 3,600만원 이상 신입사원의 임금을 깎아 그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할 것을 기업들에 권고했다. 노동계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지만 대ㆍ중ㆍ소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라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졸 초임의 임금 격차가 지금처럼 크면 근무 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 간극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년 전만 해도 중소기업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80% 수준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대기업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중소기업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수백 대 1이 넘는 대기업 정규직만 고집할 뿐 임금과 복지혜택에서 밀리는 중소기업을 외면한다. 최근 들어 경기가 정체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미 비정규직이 경제활동인구의 32%인 600만명을 넘었다.
기존 정규직은 노동조합의 보호막에 들어가면서 과보호를 받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일자리를 둘러싸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충돌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정부가 임금 피크제를 외쳐봐야 노동계는 오불관언이다. 장하성 교수의 지적처럼 원천적인 분배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임금과 일자리가 불평등한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이런 노동시장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소득 불평등을 바로잡고,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경총의 권고대로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조금이나마 줄일 방안을 만들고,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무자의 처우를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임금 격차는 결국 빈부 격차로 이어지고 사회안전망 붕괴 등의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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