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부천의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에 이어 또 다른 엽기적인 소식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3일 중학교 1학년생이 집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목사인 아버지가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1년 가까이 방치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아동학대와 살인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반인륜적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길 바란다.
이번 비극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동학대 실상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묻고 있다. 그 출발점은 아동학대를 가정 내 훈육으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과 관행을 바로잡는 일이다. 아이는 결코 부모의 부속물이 아니며, 아동에 대한 체벌은 훈육이 아닌 일종의 범죄행위다. 부모에게서 비롯된 가정사로 인한 아이의 가출을 폭력으로 해결하려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빗자루와 막대 등으로 5시간 정도 구타한 것은 사실상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한다”는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에도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조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실상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친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탈출한 인천 11세 여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당국의 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드러난 것만 봐도 그렇다. 앞선 사건들이 아니었다면 이 여중생의 죽음은 영원히 묻혀졌을지도 모른다. 학교측은 여중생이 결석을 하자 아버지에게 전화해“가출했다”는 답변을 들은 뒤 두 차례 출석 독려문을 보낸 게 전부였다. 가정방문을 하거나 주민센터, 경찰과 연계해 아이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무단결석이 7일 이상 계속되면 교육장에게 보고하고 읍ㆍ면ㆍ동장에게 통보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도 무시했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에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는다며 호들갑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학교 장기결석 학생까지 점검을 확대하는 한편 장기결석 아동관리 매뉴얼을 신학기 개학 전 보급하고 관련 법령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있는 법령과 매뉴얼도 지키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기응변에 그칠 우려가 높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운용하는 당사자들이 형식적으로 처리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그물망을 촘촘히 짜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 경찰의 아동보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정부의 대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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