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ㆍ구조조정 관련 경력 없어
노조 “낙하산 인사 구태 답습” 성명
이동걸(68ㆍ사진)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KDB산업은행 차기 회장으로 내정(본보 4일자 19면)됐다.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의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했던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30년 넘게 몸 담아온 금융 전문가이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대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할 막중한 자리에 적임자인지 논란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4일 차기 산은 회장으로 이 전 부회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제청 이유로 “은행 및 증권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경험이 풍부한 이 내정자를 산업은행의 당면한 기업구조조정 추진과 실물경제의 활력을 적극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인 이 내정자는 경북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한 뒤 197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사장, 신한금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권 경험은 풍부하지만 그의 경력은 은행 소매금융과 인사, 그리고 증권 투자은행(IB) 분야가 대부분이다. 현대상선, STX조선 등 구조조정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역할은 국가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시기. 정책금융이나 구조조정 관련 경력은 거의 전무한 이 내정자가 과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장 산업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특성과 현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퇴직금융인의 내정 소식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대선 당시 선거지원을 한 대가의 보은인사,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의 구태를 답습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책금융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 국책은행장 자리가 ‘친박 집합소’냐는 비판도 쏟아진다. 이번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기는 전임 홍기택 회장은 서강대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수출입은행장 역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의 좌장격인 이덕훈 행장이 맡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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