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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한국사회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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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한국사회 몸살

입력
2016.02.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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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로 인해 홍역을 겪은 만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격이다.

아직 국내에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괴담이 돌고 일부 기업들은 마케팅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카바이러스를 제4군(신종)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질병관리본부를 풀가동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 괴담

'잠복기가 최대 2년이다'·'공기만으로도 감염된다'·'죽을 수도 있다' 등등 최근 국내 SNS에는 확인되지 않는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괴담으로 인해 한국사회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임신이나 신혼여행을 앞두고 있는 가임기 여성들은 걱정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괴담은 사실이 아닌 '믿거나 말거나'식의 확인 되지 않은 거짓말이다.

지카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짧게는 3일에서 길어봐야 2주에 불과하다. 또 이집트 숲모기나 흰줄 숲모기에 물리면 이 기간에 발열과 발진·관절통·눈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후 2주가 지난 후에도 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심해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공기만으로도 감염된다는 괴담도 사실이 아니다. 지카바이러스는 사람 간의 일상적인 접촉이나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성적인 접촉이나 수혈 시 감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성행위 시 콘돔을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수혈도 해외여행 후 한 달이 지나야만 헌혈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은 없다.

▲지카 마케팅 우후죽순,

'침대가 바이러스 등 병원균을 차단합니다'·'소두증 치료에 ▲▲탕이 효과적'·'버섯가루 지카 예방약'·'지카 비타민이 예방' 등 일명 '지카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한 침대 업체는 근거 없는 홍보를 했고 서울의 한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탕약선전을 했다.

침대 제작 업체는 침대를 흙으로 만들어 흙 속의 미생물이 병원균을 차단한다고 했다. 한의원은 약이 키를 키우듯 뇌도 키운다고 변명했다. 국민들의 공포를 더욱 부추겨 이득을 보려는 얄팍한 상술이다.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얘기치 않은 호황을 보는 곳도 있다. 전통적인 모기 퇴치관련 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겨울철이 비수기인 소독 업체들도 최근 때아닌 성수기를 맞고 있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모기 퇴치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 G마켓에 따르면 모기 퇴치용품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0% 이상 증가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간 모기 퇴치법이나 천적 요법을 동원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최근 공원 등에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풍기는 구민초를 심었다. 충북 진천군 등은 저수지·하천 등의 모기 유충 서식지에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를 풀었다.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 잘 모르는 데요

괴담과 어처구니 없는 마케팅이 한국 사회에 난무하는 것은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소두증이나 지카바이러스에 정통한 전문가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소아과 의사는 "의사 양성과정에서 소두증이나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소두증에 대해서 특별히 공부한 전문가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도 "지카바이러스가 이슈가 됐던 1월 말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전문가를 연결시켜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소개 시켜주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질병이다"고 말했다.

대책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다.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가 남미위주로 발병했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렇다할 치료약이나 백신이 현재 없는 상태다.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백신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대부분 유럽·미국 등 선진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이들은 돈 벌이가 되지 않으면 약 개발에도 소극적이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를 겁낼 필요는 없다. 대부분 감기처럼 살짝 앓다가 지나간다.

질병 관련 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는 국내 전파가능성이 매우 낮고 또 바이러스가 유입 되도 확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힌다.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는 아예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고 흰줄숲모기도 4~5월 이후에 이 모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데다 개체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소두증이 발생할 확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소두증은 뇌가 정상보다도 아주 작은 선천성 기형의 하나로 인지능력 장애를 보이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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