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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계약 이대호 ‘굴욕일까 도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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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계약 이대호 ‘굴욕일까 도전일까’

입력
2016.02.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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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연합뉴스
이대호. 연합뉴스

‘빅보이’ 이대호(34)가 4일(한국시간) 미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간 400만 달러(약 48억원, 인센티브 포함)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대호가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뛴다는 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마이너리그 선수에게 4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는 빅리그 구단은 없다. 따라서 이대호가 보장받았을 금액은 이 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전 소속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제시한 5억엔(약 50억9,000만원)을 마다하고 미국행을 결정했다. 이대호는 또 스프링캠프 초대장은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도 보장 받지 못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진가를 보여야만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올라갈 수 있다. 이대호가 기대에 못 미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호는 타격 실력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검증된 최고의 타자다. 그러나 미국 도전을 택한 현실에는 많은 불리함이 작용했다. 1루수와 지명타자로 뛴 이대호는 수비가 뛰어난 편이 아니고 발도 느리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야구 해설위원은 4일 본보와 통화에서 “방망이는 자신 있다고 하더라도 수비와 주루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원하는 부분과 거리가 있다”며 “1루수는 수비 부담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대호의 1루 수비는 뛰어난 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또한 “시애틀에는 확실한 1루수 애덤 린드, 지명타자 넬슨 크루즈가 있다”면서 “이대호의 현실적인 목표는 백업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보통 1루 백업 요원은 3루 수비도 겸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 잠깐 3루수로 뛰었지만 경쟁력은 그다지 없었다.

34세의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두산 출신 김현수(28ㆍ볼티모어)가 이대호와 같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문들 두들겨 2년 총액 7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을 비춰보면 차이가 있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에 첫 도전을 하는 선수로는 (이대호의) 나이가 많은 편이라 1년 계약을 제시한 것”이라며 “미국프로야구는 선수가 뛰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하고 미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미국 진출 전 “돈보다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주전경쟁 바늘 구멍을 뚫어야 할 시애틀에 둥지를 틀었다. 이 달 말 시작하는 시애틀의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입증해야 개막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대호의 포지션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에는 붙박이가 있기 때문에 주전이 아닌 백업 경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지 언론도 이대호를 백업 1루수 자원으로 분류했다. 그의 경쟁 상대는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헤수스 몬테로(27), 일본 라쿠텐에서 뛰었던 가비 산체스(33) 등이 꼽힌다.

이대호가 마이너리그라는 ‘굴욕’을 감수하면서도 ‘도전’을 택한 것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1년 경험을 해보고 실패하더라도 든든한 ‘보험’처럼 돌아갈 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향해 지속적인 구애를 보냈다. 이대호의 고향 팀 롯데도 일본에서 뛸 때부터 러브콜을 보냈고,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는 이대호가 구단 훈련에서 함께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도 했다. 조원우 롯데 신임 감독도 부임하면서 구단에 “이대호를 잡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대호로서는 국내 복귀의 여지도 남겨 놓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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