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30대 그룹 사장단이 규제 개혁과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를 쏟아냈다.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사물인터넷(IoT),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주 장관은 기업들이 투자 확대와 사업 재편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주 장관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30대 그룹 사장단 40여명은 4일 오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회복의 해법을 논의한 자리로, 산업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이 만난 것은 2014년 이후 2년만이다.
사장들은 “융복합 IoT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다. 허용이 명시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은 창의력을 발현할 수 없으니, 처음엔 규제 없이 출발했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하는 사후규제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박성진 삼성전자 사장이 “가전제품에 IoT를 연동하게 되면 24시간 대기전력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에너지 등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건의하자, 주 장관은 “즉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길 때 IoT 제품은 대기전력 제외 항목으로 선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또 GS, SK 등 기업들은 에너지신산업과 관련해 “한전, 기기공급회사, 금융부문이 협력하는 ‘드림팀’을 구성해 합종연횡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주 장관은 “기업들이 같이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일 LS산전 대표가 “전력 사용 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인 사업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공공기관은 ESS 설치를 권고중이며 중장기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답변했다.
그외 효성그룹에서는 탄소섬유 분야의 연구개발(R&D)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정유업계에서는 “원유를 들여올 때 공동구매를 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으니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공동구매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주 장관은 “기업 규제가 문제되면 규제를 풀고 제도가 문제되면 제도를 고치겠다”면서 “정부는 세제, 예산, 금융이라는 수단이 있으니 R&D, 인력, 판로, 통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양적 완화 등 거시정책을 써 왔는데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며 ‘21조+α’를 풀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그렇게 한다고 잘 안될 거다. 경기는 살릴지 모르나 경제를 살리긴 쉽지 않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주 장관은 이날 기업들의 건의를 적극 수용하고 검토하는 한편 30대 그룹과는 반기별, 주요 투자기업들과는 매달 간담회 자리를 갖기로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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