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의 체내농도가 3년 전보다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는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이 있는 유해 환경호르몬으로, 컵라면이나 캔 음식 등 인스턴트 식품 섭취와 관련이 깊다.
4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제2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스페놀-A의 소변 중 농도는 1.09㎍/ℓ로 3년 전(0.75㎍/ℓ)보다 약 1.5배 증가했다. 다만 인체 위험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 독일 연방환경청이 권고하는 ‘HBM-I’ 기준(200㎍/ℓ)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2012~2014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6,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경과학원은 비스페놀-A의 체내 축적이 높아진 이유는 컵라면이나 통조림 음식 등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량의 증가추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컵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비스페놀-A의 농도가 1.01㎍/ℓ 수준이었지만, 주 1회 이상 섭취한 사람은 1.47로, 매일 먹는 사람은 1.96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유승도 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바쁜 일상 등 이유로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해당 물질의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인스턴트 음식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면 업계 관계자는 “컵라면 용기 제조 과정에는 비스페놀-A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체내 환경호르몬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1891년 러시아에서 처음 발명된 비스페놀-A는 주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제조나 캔을 코팅하는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2008년 미국립보건연구소(NIH)의 동물실험 보고서에서 성조숙증, 비뇨기계 이상 등 내분비계 교란 정황이 발견되면서 환경단체들이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밖에 혈중 납 농도는 1.94㎍/㎗로 지난 조사 때(1.77㎍/㎗)보다 약 9.6% 증가했다. 반면 직간접 흡연으로 체내에 축적되는 코티닌(니코틴의 체내 변화 물질)의 경우 소변 중 농도가 5.5㎍/ℓ으로 지난 조사(11.3㎍/ℓ)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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