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조지 H.부시ㆍ41대)와 형(조지 W.부시ㆍ43대)을 이어 미국 대통령에 도전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구도를 좌우할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문제는 선두 주자로서가 아니라, 조기 사퇴를 통해 정치적 제자(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ㆍ플로리다)의 손을 들어줘야 할 운명에 몰렸다는 점.
3일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루비오 의원을 띄우기 위해 다른 군소 주자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공화당 지도부의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랜드 폴 상원의원에 이어 이날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펜실베니아)이 아예 루비오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을 포기했다.
샌토럼 전 의원은 “루비오 의원은 새로운 세대이자 이 나라를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중도파와 보수파뿐만 아니라 청년층과 중ㆍ장년층을 단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루비오 의원을 ‘태생적 리더’라고 지칭하면서, 중산층 지원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문제를 가장 잘 다룰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따라 공화당 주류로 분류되는 후보는 루비오 의원 이외에 부시 전 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만이 남게 됐다. 미 언론은 크리스티 지사가 ‘루비오 의원을 ‘거품 낀 소년’으로 부르며 경선을 계속할 태세이지만, 부시 전 지사가 결단만 내리면 경선 구도는 루비오 의원 위주로 급속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 지사의 경우 선거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부시 전 지사가 6,0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도 포기한다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부시 전 지사의 측근과 후원자들 사이에서는 ‘중도 포기’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나, 아직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제기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시 가문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주저하고 있으나, 9일 치러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부시 전 지사를 지지하며 경선을 포기한 린지 그래함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뉴햄프셔에서도 루비오에게 큰 차이로 패배한다면 젭은 거기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별도로 젭 부시의 중도 포기를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시 후보는 ‘경선 포기’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또 일부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를 근거로 제시하며, ‘뉴햄프셔에서 인기도 2위 후보이며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부시 캠프는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하퍼폴링’이라는 여론조사 회사 자료를 인용, 도널드 트럼프(31%)에 이어 부시(14%) 전 지사가 2위이며 루비오(10%)는 4위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 조사에서는 트럼프, 크루즈, 루비오에 뒤지는 4위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오후 뉴햄프셔 다트머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최고사령관(대통령)으로서 미국을 보고할 것”이라고 연설했으나, 청중들은 호응하지 않았고 부시 후보가 부탁한 뒤에야 마지못해 박수를 쳤다고 소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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