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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봐주세요~”번식장서 사람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린 시추

입력
2016.02.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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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47. 네 살 추정 시추 도토리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 하는 시추 도토리.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 하는 시추 도토리. 동물자유연대 제공

도토리(시추·수컷·4~5세 추정)는 지난 해 11월 경기 남양주 진전읍 개 번식장에서 구조된 77마리 가운데 하나 입니다. 도토리를 포함한 개들은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장)에서 살면서 제대로 먹지 조차 못했죠. 청소를 하지 않아서 배설물 더미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보다 못한 이웃 주민들이 번식장을 시청에 신고했고, 불법으로 운영하던 번식장은 문을 닫았어요. 동물자유연대와 시민들은 77마리를 다른 번식장이나 식용농장에 팔지 못하도록 주인을 설득하고 전부 구조했지요.

도토리는 구조 당시 현장에서도 활동가들의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유난히 시추 한 마리가 자기를 봐달라며 케이지를 긁고 요란법석을 떨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나 좀 보세요~ 나 좀 데려가 주세요!”라며 간절히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고 해요.

동물자유연대 보호소에서도 활동가들에 대한 도토리의 구애는 계속 되었고, 지금은 활동가들과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사무실 마스코트가 되었답니다.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는 도토리(오른쪽).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는 도토리(오른쪽). 동물자유연대 제공

도토리는 시추 특유의 뚱~한 표정이 매력이지만 외모와 달리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애교쟁이입니다. 짖는 편도 아니고 다른 개들과의 사이도 좋습니다. 4㎏으로 시추 가운데서도 작은 편에 속해요. 따뜻한 난로 옆과 푹신한 방석 위에서 쉬다가도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달려나가 반갑게 맞아 주고 밥 먹는 시간에는 제일 먼저 달려와 줄을 섭니다. 번식장 바깥 세상은 알지도, 꿈꾸지도 못했던 도토리에게 세상의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실 새로운 가족을 찾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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