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내 180조 규모 30배 성장 전망
페북ㆍ삼성ㆍ소니 신제품 릴레이 출시
애플은 수백명 비밀 연구팀 가동도
통신업계는 콘텐츠 제공 본격 경쟁
새해 벽두부터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가상현실(VR)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VR은 가짜로 만든 상황이나 환경을 현실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소니, 애플, HTC,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이 줄줄이 VR 기기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올해 VR 시장이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VR과 증강현실(ARㆍ현실 위에 관련 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은 현재 게임과 영화 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교육, 의료, 관광 등 모든 산업에서 활용 가능해 황금알을 낳을 시장으로 꼽힌다. 영국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전 세계 VRㆍAR 시장이 올해 40억달러(약 4조 8,680억원)에서 2020년 1,500억달러(약 182조5,500억원)로 4년 내 약 37배 정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의 성장세가 떨어져 고민인 애플도 VR 개발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최근 플라이바이, 이모션트 등 AR 관련 신생 창업기업(스타트업)을 잇따라 인수했고 지난달 VR 최고 전문가인 더그 보먼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를 영입했다. 또 수백 명의 VR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을 내부에서 비밀리에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 그치지 않고 애플은 지난 2일부터 미국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과 연동되는 완구업체 마텔의 저가형 VR 헤드셋 ‘뷰마스터’를 판매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 이후 “VR 분야는 정말 멋지고 흥미로운 기술”이라며 “틈새 시장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용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도 다음 달 20일 20개국에 출시된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빠져 있다. 2014년 페이스북이 23억달러(2조5,000억원)에 인수한 VR업체 오큘러스에 따르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지난 7일부터 미국 등지에서 이 제품의 예약을 받았는데 주문이 폭주해 지금 주문하면 7월에나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VR은 차세대 플랫폼이자 페이스북의 미래”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저가형 VR 기기 ‘카드보드’와 VR 영상 플랫폼 유튜브로 관련 시장 확대에 앞장서 온 구글은 올 들어 ‘VR 사업부’를 따로 신설했다. 구글은 지난해 말 일반 스마트폰으로 VR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앱) ‘카드보드 카메라’를 내놓으면서 기기와 콘텐츠 생산, 소비 생태계를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여기에 최근 대만, 일본의 업체들도 강력한 후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만 전자업체 HTC는 곧 VR 헤드셋 ‘바이브’의 예약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게임기업체 닌텐도는 그 동안 VR을 회의적으로 봤으나 최근 브리핑에서 “VR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도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 4’와 연동되는 VR 기기 ‘PS VR’을 상반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VR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VR 헤드셋 ‘기어VR’를 출시한 데 이어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VR 카메라 ‘기어360’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VR 콘텐츠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360도 VR 영상 전문 업체 ‘무버’ 및 ‘베레스트’와 제휴를 맺고 4일부터 LTE비디오포털을 통해 다양한 VR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JTBC 인기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VR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도 최근 출시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에서 다음달부터 VR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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