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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보조제, 청소년에겐 흡연유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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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보조제, 청소년에겐 흡연유도제

입력
2016.0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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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원이면 500회 흡입 가능

니코틴ㆍ타르 함유 없어 잡화로 분류

과자점ㆍPC방서 판매해도 제재 못해

“보건당국 대비책 정비 서둘러야”

담배와 흡사한 모양의 전자식 흡연기.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2016-02-01(한국일보)
담배와 흡사한 모양의 전자식 흡연기.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2016-02-01(한국일보)

지난해 11월 광주 A중학교 1학년 남학생 6명은 학교 인근 약국에서 전자식 흡연기 ‘OO스틱’을 사서 피우다가 교사에게 발각됐다. 학생들이 구입한 흡연기는 담배에 함유돼 있는 니코틴ㆍ타르 대신 비타민 증기가 들어가 있는 제품. 하지만 전기를 빨아들이면 끝부분에 발광다이오드(LED)가 점멸하는 등 멀리서 보면 전자담배와 흡사하다. 가격도 1만5,000원이면 500회 정도 흡입할 수 있어 청소년이 흡연을 모방하기엔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교사 홍모(32)씨는 3일 “어린 학생들이 교내 인근에서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전자식 흡연기가 금연보조제로 알려져 있지만 학교에서는 오히려 청소년에게 흡연을 권하는 ‘흡연유도제’로 보고 대책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담뱃값이 오르고 실내 흡연공간이 줄면서 보급된 전자식 흡연기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흡연 행위를 따라 하는 흡연유도제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흡연기는 현재 약국뿐 아니라 학생들이 자주 찾는 과자점, PC방 등에서도 버젓이 팔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기 성남시의 한 수입과자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따금 초등학생 2, 3명이 무리 지어 찾아와 ‘OO스틱’ 없냐’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인근 PC방 업주도 “중ㆍ고교생들이 흡연기를 물고 있을 때마다 훈계는 하나 전자담배가 아니라는 말에 적극적인 제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흡연기가 보건당국 허가가 없어도 되는 ‘잡화’로 분류돼 판매 대상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니코틴이 함유된 담배나 전자담배는 미성년자에게 판매할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되지만 흡연기는 ‘흡연습관 개선 보조제’란 이름으로 팔려 관련 법망에서 벗어나 있다. 때문에 청소년에게 흡연기를 판매해도 딱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

제조업체가 판매자들에게 ‘만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는 문구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약사는 “일반 잡화까지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확인해 파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데다 학생들이 금연용으로 구매한다고 하면 안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측도 “니코틴이 들어있는 전자담배가 아니어서 설령 판매했다 해도 도의적 책임만 있을 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녀가 흡연기를 사용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부모들이 판매업체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건소에 제품 안전성을 의뢰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보건당국도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올해 10월부터 흡연습관 개선 보조제 등 유사제품을 의약외품 범위 지정에 포함시켜 허위광고 등을 막을 예정”이라며 “다만 판매자를 처벌하려면 여성가족부가 흡연기를 청소년 유해물품으로 지정해야 하는 등 부처간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과거에도 금연보조제가 담배 대용으로 쓰여 청소년에게 흡연 욕구를 부추긴 사례가 왕왕 있었다”며 “금연 분위기 확산으로 담배 틈새시장 수요가 청소년에게 몰릴 우려가 큰 만큼 보건당국이 대비책을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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