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X파일? 설마 있더라도 정치적으론 안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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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X파일? 설마 있더라도 정치적으론 안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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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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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이 3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조응천(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이 정치권에 가져온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3일로 입당(2일) 하루가 지났지만 새누리당은 그를 향해 그리고 그를 영입한 더민주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고,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사실 그가 현 정부 첫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첩보 수집과 감독 등 관리 업무를 맡았고,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네거티브 대응을 전담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다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의 야당 행은 ‘대형 폭탄의 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그 스스로 자신을 영화 ‘내부자들’에서 권력을 쫓다 이용만 당하고 손목이 잘린 채 도피 생활을 하는 조직폭력배 안상구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에 오버랩 시킨 적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자신이 몸 담았던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3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입당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조 전 비서관은 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당이 가져온 파장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자신이 다뤘던 정보나 과거 자신의 역할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작년(2014년) 12월에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해 내 이메일, 핸드폰, 통화내역, 카카오톡(대화), 계좌 등 모든 개인정보가 다 털렸다”며 “그 때 청와대와 관련된 소위 ‘X파일’이란 게 있었으면 이렇게 (1심에서) 무죄를 받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나올 때 (문서를) 파쇄하고 외부저장장치(USB)와 컴퓨터는 포맷한다”며 “나 역시 청와대를 나올 때 슬리퍼도, 칫솔도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근무 당시 박지만 EG회장 등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을 관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될 정보도 없었고 현재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이 삭제할 수 없는 자신의 기억도 정치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이었다면 ‘이런 것 깐다’고 (검찰과) 딜(거래)을 하거나, 아니면 잘 아는 기자나 야당에 (내용을) 주고 영장이 발부되면 터뜨려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당시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다 방송에 실어줄 테니 나와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나 당에서 청와대 관련 정보 공개를 (영입) 조건으로 걸었다면 ‘노(NO)’라고 말하고 입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더민주와도 청와대 정보를 이용하지 않기로 사전에 조율이 됐다는 뜻이다.

조 전 비서관이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 중 가장 폭발력이 있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동선’에 대해선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전날과 당일 행적에 대해 “15일 위에서 부하직원에게 말하지 말라면서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며 “사고 당일 늦게까지 자는 날 보고 아내가 무슨 일 있냐고 하길래 화제를 돌리던 중 뉴스로 세월호 사건을 봤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특히 ‘당일은 없었더라도 청와대 상황이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 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딜리트(Deleteㆍ삭제)”라고 말했다. 자신의 판단이 있지만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자신의 야당 행을 빌미로 정권이나 사정기관이 정치적으로 반격할 가능성에 대해선 “아내가 정치하겠다는 나에게 이혼하자고 까지 하면서 막은 이유도 바로 그 점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미 그 때(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이미 다 털렸고 그 이후로 담배를 많이 피는 것 말고는 비난 받을 일은 한 게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 전 비서관은 자신과는 체질부터 다른 더민주에서 역할을 묻자 ‘메기’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기존 야당 사람과는 다른 시각에서 야당의 문제점을 찾고 고칠 수 있게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미꾸라지들을 자극해서 생기가 돌게 하고 물도 맑게 하는 메기처럼 야당이라는 이질적인 수조에 들어와서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도중 전화를 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조 전 비서관은 더민주를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죽하면 박근혜 정부는 야당 복을 타고 났다는 말을 했겠느냐”며 “(야당 의원들은) 정권 획득이라는 정당의 목표는 잊은 채 당내 헤게모니를 둘러싼 그들만의 리그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더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왜 더민주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문 전 대표의 진심과 결단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은 국민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서로 ‘너 때문에 우리가 안 되는 거야, 나 빼고 너희들만 바뀌면 돼’라는 식”이라며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나부터 바뀔 테니 도와달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했고 실제 바뀌게 하더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고 모든 권한을 넘기는 모습에 한 번 놀랐고, 당 대표를 사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변할 수 있겠구나 하는 진정성을 느꼈고 자신이 도울 일이 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의도적으로 말을 돌리며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그는 전날 ‘나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또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문 전 대표 말에 입당을 결심했다고 한 것이 현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냐고 묻자 “거기서 나는 조응천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가리킨 것”이라고 비켜갔다.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라는 사람을 강간범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매몰시켜 버린다. 그 쪽(청와대)의 대응 기조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같은 패턴인 것 같다”며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검찰 수사 등을 비롯해 자신에 대한 압박이 억울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검사 시절이나 국정원 특보 때도 늘 빳빳한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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