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의 경영인 청부 폭행과 회삿돈 횡령, 부자 간 소송전 등으로 치부가 드러난 피죤 집안이 이번에는 회장 자녀 간 소송전으로 다시 한 번 막장 드라마를 쓰게 됐다.
이윤재(82) 피죤 회장의 아들이자 대주주인 마크 정준 리(49ㆍ본명 이정준)씨는 3일 누나인 이주연(52) 피죤 대표가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ㆍ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씨 측은 회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도 이 대표가 정관을 고쳐 2011~2013년 본인을 포함해 부모인 이 회장과 안금산씨, 이미 퇴직한 전 남편 등에게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121억여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납품업체와 짜고 실제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차액을 돌려 받거나 이 회장의 개인 부동산관리회사에 지급하는 임차료를 과도하게 올려 총 36억여원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또 이 대표가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피죤 주주명부에서 삭제하거나 상환 능력이 없는 계열사에 50억여원을 대여하는 등 자신과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대표의 횡령ㆍ배임 액수는 각각 160억원대와 1,100억원대에 달한다. 이씨는 “이 회장의 청부 폭행과 횡령ㆍ배임 행위로 회사 이미지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며 누나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섬유유연제 업계 선두주자였던 피죤은 2011년 이 회장이 광주 지역 폭력조직 무등산파 조직원 등한테 3억원을 주고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게 청부 폭행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임원 인사와 직원 정리해고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벌어진 사건으로 이 회장은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이 복역하는 동안 이 대표가 경영을 맡았고, 복역을 마친 이 회장은 2013년 다시 회삿돈 11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 받았다.
피죤 일가의 법정 다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2013년 이씨는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을 상대로 “피죤 주주 자격으로 경영상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ㆍ2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2014년 말에는 “이 회장의 횡령ㆍ배임 책임 중 일부는 이 대표에게 있다”며 주주들을 대표해 6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 이 대표가 회사에 4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
이 회장은 이에 맞서 “이씨가 보유한 계열사 선일로지스틱의 지분은 나의 주식을 차명으로 묻어둔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주식소유권 확인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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