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 중국화공(中國化工·CHEMCHINA)그룹이 52조원을 들여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화공그룹은 3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미 공개 매수 제안을 통해 신젠타를 인수하는 것에 동의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중국화공은 신젠타와 인수(M&A) 협상이 성사됐고 신젠타 이사회도 중국화공에 100% 지분을 넘기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런젠신(任建新) 중국화공그룹 이사회 의장은 “우호와 협력의 원칙 아래 오늘 협의가 달성된 것을 선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신젠타의 임직원과 공동노력, 농업 기술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전 세계 농민의 이익도 보장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매수가는 주당 465달러로 거래규모는 430억달러(약 52조4,000억원)에 달한다. 중국화공은 이번 인수와 관련, 이미 관련국의 반독점 심사와 비준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신젠타의 주식은 취리히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젠타는 세계적인 농업 과학기술 전문 기업으로 전 세계 90여개국에 2만8,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014년 매출의 75%는 살충제와 같은 농약 제품에서 나왔다. 중국화공은 중국 최대 화학공업기업으로 본사는 베이징(北京)에 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65위이며, 재료과학, 생명과학, 기초 화학공업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선진 기업 9곳을 인수한 바 있다.
중국화공의 신젠타 인수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과 부합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줄곧 식량 안보를 강조해 왔다. 그는 2013년 12월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의 양곡으로 충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농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차이나머니’의 세계시장 공습에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기업인 완다(萬達)그룹이 지난달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약 4조2,5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중국 최대 가전 제조업체인 칭다오 하이얼(靑島海爾)도 미국 제네렐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매입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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